글로벌 무역전쟁의 주전인 미국과 중국이 6일 마침내 격전에 돌입한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폭탄관세' 싸움이다. 양국은 이날부터 연간 340억 달러(약 37조9000억원)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이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폭탄관세 조치에 대응해 취한 보복까지 더하면 글로벌 무역전쟁의 표적이 된 상품무역 규모는 100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글로벌 무역전쟁이 1조 달러 규모의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며 세 가지를 이유로 들었다.
1. 미·중 무역전쟁 확전일로
미국과 중국은 이미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상대방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6일부터 부과하는 관세는 이 중 340억 달러어치에 먼저 적용되는 것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의 폭탄관세 조치에 중국이 맞불을 놓자,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도 10%의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보복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2000억 달러어치를 더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총 4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폭탄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서 5055억 달러어치를 수입하고, 중국에 1299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대중 상품무역에서 3756억 달러의 적자를 본 셈이다.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 4500억 달러어치에 폭탄관세를 물려 수입을 막으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
물론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다. 폭탄관세 대상을 확대해 미국산 제품 수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난해 미국과 중국이 교역을 통해 주고받은 6354억 달러어치가 거의 모두 폭탄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FT는 불과 몇 개월 안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기우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2. 6500억 달러 규모 자동차 전쟁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한 회견에서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도 폭탄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상무부는 수입차·부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이미 조사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 우선순위로 제조산업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수입차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기는 쉬워 보인다. 미국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물릴 때도 똑같은 명분을 이용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폭탄관세를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했다.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수입차 폭탄관세 발언을 엄포로 보지 않는 이유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1917억 달러)와 부품(1431억 달러) 수입액은 모두 3348억 달러에 이른다. 잠재적인 폭탄관세 표적이다.
이에 대해 EU는 최근 미국 상무부에 보낸 문건에서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폭탄관세 조치가 전 세계에서 연간 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를 둘러싼 보복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연간 6500억 달러어치가 넘는 전 세계 상품무역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3. NAFTA 재협상 결렬 가능성까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주목할 건 미국이 중국, 일본, 독일, 영국을 합친 것보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더 많은 교역을 한다는 점이다. 한 해 규모가 1조1000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NAFTA는 '재앙'이라며 재협상을 밀어붙였지만,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특히 미국의 일몰조항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일몰조항은 협정을 5년마다 재협상해 연장하지 않으면 자동폐기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시키면서 NAFTA 재협상 분위기는 더 냉각됐다. 수입차 관세 위협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지난해 1583억 달러어치의 자동차와 부품을 수입했다. 대개 미국 자동차 회사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다. 미국도 두 나라에 878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멕시코가 지난 1일 치른 대선에서 좌파 민족주의자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전 멕시코 시장이 압승한 것도 NAFTA 재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그가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