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재령' 해제됐지만···만신창이 ZTE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4월 ZTE에 대해 내린 제재조치를 두 달여 만에 사실상 해제했다.
이것이 영구적인 해제로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지만 ZTE가 이 기간 미국 정부의 요구 조건에 맞춘다면 이후 제재령은 완전히 철회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써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두 달 넘게 '마비' 상태였던 회사 경영도 서서히 정상화 할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ZTE 주주총회에서는 회사 이사·경영진도 전원 물갈이됐다. 인이민(殷一民) 전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회 구성원과 경영진 14명이 일제히 사임하고, 대신 리쯔쉐(李自學) 신임 회장 등 이사 8명을 새롭게 선출한 것. 새 경영진에겐 통신사 등 주요 클라이언트와 관계를 회복하고, 직원 사기를 진작시키는 한편, 회사 자금난을 해소하는 등 회사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할 막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경영진 교체 소식에 3일 중국 선전거래소에서 ZTE 주가는 10% 상승하며 상한가를 쳤다. 홍콩거래소에서 ZTE 주가도 7.6% 급등했다.
하지만 이미 두 달이 넘는 기간 영업활동이 중단되며 ZTE가 입은 손실은 막대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서 ZTE가 미국 정부 제재령으로 31억 달러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ZTE의 유럽 최대 고객사였던 이탈리아 통신사 윈드트레는 미국 제재령으로 ZTE가 통신장비를 납품하지 못하게 되자 최근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과 6억 유로 규모의 거래를 새롭게 텄다. 이로써 ZTE는 유럽 최대 고객사를 잃게 됐다.
◆ 트럼프의 새 타깃…차이나모바일
동시에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출은 트럼프의 '안보 장벽'에 막혀 좌절됐다.
미국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NTIA)은 2일(현지시간) 차이나모바일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어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이 회사의 미국 통신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4일 보도했다.
지난 2011년 차이나모바일이 미국 정부에 통신시장 진출 신청서를 낸 지 7년 만에 거부 판정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데이비드 레들 상무부 통신정보 담당 차관보는 NTIA 성명을 통해 "미국의 법 집행과 국가안보 이익에 위험이 증가한 점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NTIA는 차이나모바일이 "중국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영향을 받고 착취를 당할 수 있다", "국가 안보와 법 집행에 용납할 수 없고 상당한 위협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터무니 없는 억측과 고의적인 억압을 중단할 것을 미국에 요구한다"며 "미국이 자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양호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중·미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을 증진하는 일을 더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차이나모바일은 전 세계 8억99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통신사다. 뉴욕·홍콩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2020년까지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목표로 중국의 5G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국유기업이다.
미국 시장 진입 금지 소식에 3일 홍콩거래소에서 차이나모바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01% 하락하며 약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입이 좌절된 것은 미·중 통상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첨단산업 굴기 억제 움직임이 더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특히 오는 6일은 미·중 무역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과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에 해당하는 서로의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했기 때문.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