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등으로 북한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북한 경제개발에 대한 투자 욕구도 상승하고 있다. 북한도 자원·에너지·관광산업 개발을 위한 외국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이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도 들썩이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로펌들은 북한의 경제개혁과 투자 인프라에 대한 법제 분석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 광장, 율촌 등 주요 로펌들은 북한 경제개방에 대비한 자문, 투자 상담 등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늘어나는 자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로펌들 '북한 시장 잡아라'···전문가들 라인업
법무법인 지평은 기존에 운영하던 북한팀을 최근 북한투자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북한투자지원센터는 남북관계팀, 컨설팅팀, 인프라·부동산팀, 에너지·자원팀, 금융팀, 특구·산업팀, 국제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됐다. 센터장은 개성공단 자문위원 출신인 임성택 변호사가, 고문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맡았다. 이밖에 북방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이자 러시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채희석 변호사 등 주요 인력이 포진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2010년부터 북한·통일법제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출신인 권순엽 변호사를 필두로 통일부 등에서 활동한 변호사를 대거 포진해 남북경협, 북한 인프라 건설, 자원개발 등에 대한 자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사회 저촉 여부, 우회투자전략, 외국투자자들을 위한 북한의 법률환경 개선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법인 율촌도 북한법에 관련된 자문으로 분주하다. 율촌은 1998년 금강산관광 등 북한관광사업 초기부터 법률자문을 맡아 경험이 풍부하다. 최근에는 북한 투자에 대한 손해 발생 시 보상, 남북상사중재위원회의 중재 절차 자문 등을 맡았다. 법무법인 세종 역시 북한 경제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남북경협팀을 운영, 관련 연구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들 "북한, 아직 자본주의 시장경제 익숙지 않아"···진출시 주의사항은?
북한은 아직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이는데 미숙하고 법 해석이나 적용, 분쟁해결 절차가 통일적이지 않다. 때문에 북한 투자를 고민 중인 기업이라면 북한의 경제개혁 방식과 방향, 외국인들을 위한 투자자보호제도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과거와 달라진 점은 북한이 변화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경제발전의 주체를 국가에서 기업으로 변경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인정하려고 2번의 경제개혁을 실시하는 등의 모습을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충만했던 기존 행태와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희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지난 4월부터 약 2개월간 북한 경제에 대한 법률세미나만 60회 이상 개최될 정도로 국내외 투자자들에 대한 법률자문 수요가 많다”며 “북한 역시 기업의 자율성 강화와 외국인 투자보호책 마련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개발에 대한 속도와 욕구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개방은 중국과 베트남식 경제개혁을 참고하면 된다”며 “특히 철도·항만 등 인프라, 석유 등 자원개발, 대체 에너지 사업, 금융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은 기업이나 토지 등이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 세금이 없어 회계 제도도 없고, 외국기업의 경우 경제특구에만 설립이 가능하다는 점 등 주의사항이 많아 사전에 법률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조언이다. 북한법 전문가인 김광길 변호사는 “북한은 개성, 라선, 각 경제개발구마다 노동, 세금, 관세, 해외송금, 분쟁해결제도가 다르다"며 "국내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변호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