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이 학교 A교사가 B학생에게 지각한 벌로 과제를 내주고 있었다. A교사가 과제를 출력하려고 움직이는 사이 다리에 뭔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B학생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자신의 치마 속을 촬영한 사진이 있었다. A교사는 제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정신적 충격과 수치심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앞서 2015년 12월 경기도 이천시 한 고등학교에선 1학년 수업을 하던 기간제 C교사가 학생 5명에게서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C교사를 수차례 빗자루로 때리고 손으로 머리를 밀쳤다. 가해 학생 중 1명은 ‘맞을 짓 하게 생기셨으니까 때린 거다’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하루에 13건꼴로 교권침해가 발생한다. 2012~2016년 사이에 신고된 교권침해 사례는 2만3574건으로, 연평균 4700건에 달했다. 전체 사례 중 교사에 대한 폭언과 욕설이 1만4775건(6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업방해 4880건(20.7%), 폭행 461건(1.9%), 성희롱 459건(1.9%) 순이었다.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한 사례도 464건(2%) 있었다.
제자에게 폭행·협박·성희롱 등을 당한 교사는 기존처럼 교육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신체·정신적인 피해로 수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생겨서다. 지난해 상반기에 각 시도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3548건으로, 한 달 평균 59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월평균 상담건수 363건보다 63%나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현행 교원지위법은 교장이 피해 교사에게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만 규정하고 있다. 가해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처벌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액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더 어렵다. 교사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 조치와 치료비 부담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교사가 치료비 부담까지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정안은 폭행이나 성희롱 등으로 피해를 입은 교사에 대해 교장이 심리상담·치료 등과 교권회복에 필요한 보호조치를 하도록 했다. 특히 이런 조치에 드는 비용은 가해학생 보호자 등이 부담하게 했다. 교사가 원하면 학교안전공제회나 담당 교육청에서 먼저 치료비 등을 내주고 가해자 보호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
신혜원 의원 측은 “이번 개정안은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가 법적 다툼 없이도 가해자 측에서 치료비를 받을 수 있게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적절한 치유와 교권회복 기회를 줘 교육활동에 전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강훈식·권미혁·김병기·김영호·문희상·안민석·유동수·진선미 민주당 의원과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