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멕시코 대선 압승 '좌파 트럼프' 오브라도르는 누구?

2018-07-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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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트럼프', '멕시코의 우고 차베스' 등으로 불리는 좌파 포퓰리스트

부정부패·조직범죄 일소 등 공약…대미 강경론, 경제개방 역행 우려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 시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대선 마지막 유세 중에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치른 멕시코 대선 출구조사에서 압승이 예상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 시장은 전체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 '암로'(AMLO)라고 불린다. 좌파 민족주의자로 포퓰리즘 성향이 강해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 아래 멕시코에 반무역·이민 공세를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대척점에서 맞설 태세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와 진행해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속도를 내려 한 것도 이번 멕시코 대선에서 오브라도르의 승리가 점쳐졌기 때문이다.
올해 64세인 오브라도르는 멕시코 집권당인 제도혁명당(PRI) 일원으로 20대에 정치권에 입문했다. 명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정치학과 정치행정학을 공부하던 중이다. PRI는 이번 대선으로 오브라도르에게 바통을 넘기게 된 엔리케 피냐 니에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대부분을 집권한 멕시코 간판 정당이다.

오브라도르는 PRI에서 고향인 타바스코주 대표까지 올랐지만, 당내 좌파 분파에 합류했고 이 조직은 1989년 민주혁명당(PRD)으로 독립하게 된다. 그는 1996년 전국 대표로 PRD를 장악한 뒤 2000년 멕시코 시장에 당선된다. 2005년 멕시코 시장에서 물러나 2006년, 2012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모두 졌다. 이번에 삼수 만에 권좌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2006년 대선에서는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과의 득표율 차가 0.58%포인트에 불과했다. 오브라도르는 당시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브라도르는 이번 대선에서 2014년 직접 창당한 '모레나'를 기반으로 좌파 노동당(PT), 우파 사회만남당(PES)과 함께 꾸린 '함께 우리가 역사를 만든다' 소속으로 나섰다. '모레나'는 '국가재생운동'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오브라도르가 추구하는 이상은 모레나의 창당 이념에 잘 담겨있다. ▲카르데니즘 ▲개혁주의 ▲사회민주주의 ▲좌파 포퓰리즘 ▲멕시코 민족주의 등이다. 카르데니즘은 멕시코 혁명 마지막 세대 정치인으로 꼽히는 라사로 카르데나스 전 대통령의 이념을 의미한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이던 1938년 멕시코에 진출한 외국 석유회사들의 자산을 몰수해 국영회사 페멕스를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친시장 정책을 앞세운 니에토 대통령은 70여년 만에 카르데나스 전 대통령 때 단행한 석유산업 국유화에 종지부를 찍고 에너지시장 개방에 나섰다.

오브라도르의 강경론은 2006년, 2012년 대선에서 반대파의 공세 빌미가 됐다. 그가 포퓰리즘과 권위주의로 14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한 우고 차베스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

오브라도르가 이번 대선을 위해 좌파와 우파를 아울러 연합을 꾸린 것도 보다 유연한 이미지를 갖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그는 반체제·반부패 후보로서 정부 안팎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흉악범죄를 일삼는 범죄조직을 소탕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브라도르의 경제 고문으로 멕시코 기업인인 알폰소 로모는 최근 미국 ABC방송에 오브라도르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오브라도르는 경제성장, 안보, 부정부패 문제 등에 집중하는 온건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멕시코 경제계와 금융시장에서는 멕시코가 민주정치로 이행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처음 집권하는 좌파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마켓워치는 멕시코 증시와 이 나라 화폐인 페소화가 올 들어 두드러진 약세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게 오브라도르는 반부패 단속, 연방정부의 지방분권, 무상교육 등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니에토 대통령이 시작한 에너지시장 민영화 등 경제개방에도 제동을 걸 태세다. 오브라도르의 국가 주도 성장 전략이 결국 외국인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멕시코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미국과의 새 관계를 둘러싼 우려도 크다. 오브라도르는 멕시코와 미국의 관계 역시 개혁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미국 등 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 '잘 들어, 트럼프'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오브라도르는 미국에서 한 자신의 연설 등을 묶은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이 마치 히틀러와 나치가 유대인을 거론하듯 멕시코인을 말한다고 비판했다.

오브라도르의 경제 고문 로모는 오브라도가 대선에서 이기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협력'과 '상호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호해야 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켓워치는 오브라도르가 NAFTA에 대해 니에토 정부의 접근법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더 공격적인 자세로 협상을 위태롭게 하고 멕시코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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