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다시 나왔다.
헌재는 28일 입영소집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가려달라며 법원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낸 위헌법률심판‧헌법소원에 대해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법 조항은 재판관 9명 중 6명이 위헌 의견을 내야 위헌이 된다.
이번 위헌 심판 사건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면서도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법 조항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처벌조항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병역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 입법 및 법원의 후속 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은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현행법상 병역 종류가 모두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지만 대체복무제는 규정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데다 엄격한 심사를 하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회피자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체복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헌재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한 이 조항을 2019년 12월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려 즉시 효력을 없앨 경우 모든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법적 공백이 생기는 점을 고려했다.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는 이 조항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기한까지 대체복무제가 반영되지 않으면 2020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상실된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재 결정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한 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한 이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