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경제수석 등 내부인사를 단행하며, 하반기 한국경제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후퇴하며 불안감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확실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일자리·부동산 등 미시적 경제성장에서 벗어나, 하반기에는 세계경제를 아우르는 거시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윤종원 경제수석을 선임한 것도 한국경제 시각을 좀더 넓게 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정부의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거시경제’를 중용하겠다는 부분을 시사한다. '국민소득론'으로 불리는 거시경제는 생산량, 국민소득을 중심으로 물가·실업·이자율·국제수지 등을 다룬다.
궁극적으로 J노믹스가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투트랙은 그대로 가져가되, 거시경제를 통해 접근법을 바꾸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한국경제는 정책적 완성도를 높일 구체적 대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성장의 경우, 하반기 J노믹스의 핵심 카드로 부상 중이다. 당장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부처 간 머리를 맞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핵심규제개혁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만큼, 완성도가 높은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실제 27일 열릴 예정이던 대통령 주재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는 선정 과제와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연기됐다. 정부는 현재 이해관계자 반발 등으로 지연 중인 20~30개 핵심규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새로운 경제 프레임 하에서 소득주도성장을 구체화했다면, 하반기부터는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에 무게를 싣고 다양한 정책을 내야 한다”며 “문 정부 2년 차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해관계자 간 득실이 갈릴 수 있는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고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 출범 초반 전면에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의 경우 숨 고르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소득주도성장의 키를 쥔 일자리 부문이 계속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자리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한국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일자리가 돌아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 정부는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17년 만에 최대액인 7530원으로 올리면서 소득주도성장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상반기 동안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통계청 가계소득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계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 명목소득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지표는 2003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악으로 나빠졌다.
국내 주요 민간경제연구소는 하반기 한국경제에 대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정부에서 확실한 정책카드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1년여 동안 하락했고, 산업생산이 취약한 부분을 지목했다. 고용이 부진한 점에 비춰, 현재 경기가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투자가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며, 경제성장세가 분명히 약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선거와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서 경제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가장 큰 과제는 경기를 어떻게 살리느냐와 실업문제를 어떻게 줄이느냐 등 일자리 문제일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존의 정책 방향으로 갈 경우, 하반기에도 경기둔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나 노동자 위주로 한 소득주도성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혁신성장을 더 강조해 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일부 정책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