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6일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적자문제와 관련, "지금까지 적자는 났지만 견딜 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적자 문제는) 생각보다 한전이 내부적으로 흡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일단 한전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모든 것을 다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하반기 원전 가동률이 좀 높아지면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의 계획예방정비가 길어지면서 원전 가동률이 낮아진 것에 대해 "안전을 담당하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맡겨놓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경부하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의 산업용 요금 조정이 "확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부하시간대의 낮은 요금은 원래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에 남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였는데, 지금은 기업의 사용이 몰려 경부하 요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심야 전기 사용량의 54%를 대기업이 쓰고 있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16% 싸게 전기를 쓰고 있는데, 중소기업에 대한 고려 측면에서도 이런 구조는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부하 요금 조정이 전기요금 인상은 아닐 것"이라며 "정부에 한전의 매출이 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사장은 우리나라가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다 보니, 가스와 석탄 등 1차 에너지를 사용하는 게 더 효율적인데도 가스와 석탄을 연료로 만드는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는 생산비용이 들어가고 가스와 석탄의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김 사장은 "이런 자원낭비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지금까지 해오던 잘못된 소비행태는 분명히 고쳐야 하며 그래서 심야 전기요금은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결국은 전기요금을 연료가격과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전기의 원가에 해당하는 연료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전기요금이 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데, 앞으로는 시장 원칙에 따라 연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북한에 발전소를 짓는지, 아니면 여기서 전력을 보내기 위해 송전선을 까는지 이런 것은 우리는 전혀 모른다"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갖고 어떤 형태로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중·일 등 3국의 전력망을 연계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했더니 상당히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러시아에서 한국까지 오는 연결에 대해서도 우리가 가진 자료로 검토했는데 상업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