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이후 10년 6개월여 만에 열린 장성급군사회담에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의제들에 대해서는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남북이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데까지 대장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1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8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하고 4·27 판문점선언에 포함된 군사 분야 합의사항 이행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우리측은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 북한 측은 안익산 중장(우리의 소장 계급)이 수석대표를 맡았다.
올해 들어 서해 군 통신선은 복구됐으나 동해 군 통신선은 지난 2011년 5월 북한이 통신선을 차단한 이후 복원이 안 된 상태다. 서해 군 통신선도 음성통화만 돼 있어서 팩스 회선을 복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선전활동 중지와 선전수단 제거 등 이미 합의한 5개 조치도 이행키로 했다.
당시 남북은 △함정이 대치하지 않도록 통제 △상대방 함정과 민간선박에 물리적 행위 금지 △항로이탈과 조난된 쌍방 함정의 국제상선공통망(156.8Mhz, 156.6Mhz) 활용 △기류 및 발광신호 규정 제정 활용 △서해지구 통신선로 이용 등을 합의했다.
김 소장은 이와 관련해 “남북 군사 당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자는 입장을 같이하고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 유해 발굴 문제는 정상회담 논의 사항이고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합의한 사안인 점을 고려해 실효적 조치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번 회담은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합의 이행에 대해 군사 당국이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도 “오랜 기간 산적한 군사적 현안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남북 당국은 판문점 선언의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자주 개최해 체계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서해 북방한계선 NLL 일대에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문제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런 탓에 공동보도문을 조율하는 데만 5시간 이상이 걸렸다,
안 중장은 “다신 이렇게 회담하지 맙시다”면서 “귀측(남측)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앞으론 준비 잘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소장이 “군사 분야 현안을 토의하는 과정은 진지하고 항상 어려운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이내 안 중장은 “다음번 회담을 또 그렇게 하자는 소린 아니겠죠. 그만합시다”라고 서둘러 말을 잘랐다.
남측 취재진이 안 중장에게 ‘다신 이런 회담 하지 말자는 의미가 뭐냐’고 묻자 “나름대로 이해하세요”라며 답했다. ‘어떤 부분이 아쉬웠냐’는 질문에는 아예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엔 분위기 좋았었는데, 왜 이렇게 됐느냐’는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그만하시죠”라며 자리를 떴다.
회담 종료 후 김 소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회담 분위기가 어두워진 것은 “문안 조율 과정에서 수차례 반복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며 “군사 분야 의제가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내용이 많아 시간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 대표단은 오전 10시쯤 전체회의를 시작해 공식 점심·저녁 식사시간 없이 회의를 이어갔다. 오후 8시40분쯤 마무리돼 10시간40분 만에 끝이 났다. 양측은 총 2차례 전체회의(오전 10시와 오후 8시)와 3차례 수석대표 접촉, 7차례 대표단 접촉을 했다.
이번 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다른 핵심 현안은 후속 회담에서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 소장은 “6~7월 중 장성급회담 또는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해 한 단계 심화된 결과를 가지고 성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