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회담'이라고 불리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반증이라도 하듯 이번 회담에 대한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져 있었지만 이들의 출발 장면을 찍으려는 취재진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들었다.
싱가포르 현지에는 국제미디어센터(IMC)가 설치되었으며, 2000여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취재를 하고 거대 스크린으로 방송되는 정상회담 생중계를 지켜보았다. 이날 양국 정상이 만나는 모습은 전세계에 생중계 됐으며, 기자들이 모여서 취재하고 있는 미디어센터에도 생중계됐다.
미디어센터에서 기자들은 라이브로 두 정상이 만나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휴대폰이나 영상 카메라로 중계 모습을 찍었다. 특히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는 순간에는 휘파람을 불거나 작은 탄성을 내는 기자도 있었다. 미디어센터 내의 기자들은 양국 정상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했으며,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중계되는 내용에 집중하기 위해 생중계 영상이 나올 때는 미디어센터 전체가 오히려 매우 조용해지기도 했다.
일부 방송 기자들은 미디어센터에서 본국으로 보낼 방송분을 취재하기 위해 녹화를 하다가 주변 기자들이 방송을 듣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항의해 외부로 나가기도 했다.
◆ 외신기자들 "김정은 믿을 수 있을지 의문"
이스라엘에서 온 오렌 나하리 (Oren Nahari) 기자는 한국 정부가 마련한 미디어센터를 찾았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시각이 매우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한국 미디어센터에 왔다.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시각으로 한반도 문제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의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여기에서 만난 한국 기자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다소 과하다고 본다. 한국인들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덜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과연 김정은이 비핵화를 할 준비가 되었는지, 한다면 얼마나 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에서도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이스라엘은 북한의 행동을 이란과 겹쳐서 보고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이뤄낸 성과는 이란에게도 유효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 회담의 성사여부로 이란의 핵 폐기를 재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기자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지만, 두 정상 모두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다보니 주목 받는 것 같다. 여타 지도자들과 달리 정형화된 사고를 하지 않는다. 특히, 김정은이 무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만나지만, 어느 날 하루아침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간사이TV의 니이미 쇼헤이(29) 아나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성과를 위해 너무 일을 급하게 추진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니이미 기자는 북한의 합의 이행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오히려 이전의 합의보다 구체적인 설명은 적었던 것 같다. 이번 합의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있어 '재팬 패싱' 논란에 대해 "현 시점에서 일본이 북한에 있어서 대화할 만한 메리트가 있는 상대가 아니란 점에서 어쩔 수 없다"며 "회담 이후 경제적 지원 등이 논의되면 존재감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