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 껄끄러운 시선으로 지켜본 일본 "다음은 우리 차례?"

2018-06-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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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한과 접촉 시도 중

일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만남’을 누구보다 껄끄러운 시선으로 지켜봐야 했다. 일본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는데도,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제공하기로 한 경제지원에는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한‧중‧일이 부담하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과 일본에 경제지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전달했다고 공개 석상에서 밝혔다.

실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일관계에서 가장 큰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가 아무런 해결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지원 멤버로 참여해야 한다는 게 가장 껄끄럽다”고 토로했다.

동북아지역의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김정은 정권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과 보조를 맞춰 주먹을 휘두르려 했지만, 미국은 그 주먹을 북한과 악수하기 위해 내려놨다. 불끈 쥔 일본의 주먹만 머쓱해진 상황이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쨌든 일본은 대북경제지원에 착수해야 한다. 일본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의 진전이 경제지원의 조건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본은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지원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북한을 만나야 한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회담을 취재 중인 일본 매체 특파원은 “일본 정부는 지금 중국 네트워크를 풀가동해 대화를 시작하자는 시그널을 북한에 보내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제기했다.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협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높이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이제 북·일 간에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연합뉴스] 


아직 북측으로부터 북·일 접촉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일본 국내에서 납치문제 해결의 기운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납치피해자가족회는 “올해 모든 납치피해자들을 구출해달라”며 “가족들이 건강할 때 재회할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해결이 아니다”며 아베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 납치피해자를 상징하는 존재인 요코다 메구미의 어머니 사키에씨는 지난해 6월 아베 총리와 나눈 대화의 일부를 최근 공개했다. 사키에씨가 “상대방의 눈을 직접 보고 대화하지 않으면 납치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하자, 아베 총리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날은 지금이 아닙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그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북한의 눈은 이제 일본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도 납치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북한과 일본이 직접 만나 협의할 차례가 왔다. 아베 총리가 사키에씨에게 이야기한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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