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5년래 최저치까지 폭락하며 시가총액 37억 위안(약 6200억원)어치가 일주일 만에 증발했다. 국민여배우 판빙빙(范冰冰)의 탈세 논란에 이어 세무조사,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위험 노출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중국 대형 영화·엔터테인먼트 기업 화이브라더스(華誼兄弟·화이슝디) 이야기다.
무엇보다 화이브라더스 대주주인 왕중쥔(王中軍), 왕중레이(王中磊) 형제가 보유 주식 거의 전부를 담보로 대출을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실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의 투매 공포가 커졌다고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 등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이에 담보주식 투매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화이브라더스 주식을 시장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화이브라더스 주식은 최근 6거래일에 걸쳐 20% 가까이 하락했다. 11일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주당 6.85위안까지 떨어지며 2013년 6월 이후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화이브라더스는 11일 성명을 발표해 세간에서 돌고 있는 ‘탈세설’, ‘투매설’ 등에 대해서도 적극 부인했다.
성명은 "주식담보대출이 주식 투매를 의미하는 게 아니며, 화이브라더스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며 "이는 화이브라더스의 정상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왕씨 형제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은 주로 사업 투자와 지분 투자에 활용해 전체 엔터 업계 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탈세설과 관련해서도 근거없는 루머라고 일축했다. 성명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비판과 조언은 환영하지만 근거없는 악의적 루머와 공격에 대해선 법률적 무기를 동원해 자사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화이브라더스는 이달초 중국 국영중앙(CC)TV 아나운서 추이융위안(崔永元)이 폭로한 판빙빙의 이면계약, 탈세 의혹에 연루돼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화이브라더스 주식은 하루 하락 제한폭인 10%까지 추락했다. 이날 기관투자자들이 줄줄이 내다 판 화이브라더스 주식만 약 9800만 위안어치에 달했다.
화이브라더스는 사실 추이융위안과는 '원수지간'이다. 이는 화이브라더스가 2003년 배급해 대박을 터뜨린 펑샤오강(馮小剛) 감독, 판빙빙 주연의 영화 ‘휴대폰(手機·서우지)’과 관련이 있다. 유명 남자 아나운서의 불륜을 다룬 이 영화 주인공이 사실상 추이융위안을 묘사했기 때문. 판빙빙 출연의 영화 '휴대폰' 속편이 현재 촬영 중인 가운데 추이융위안이 판빙빙 탈세 혐의를 폭로한 것도 '복수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화이브라더스는 "영화 서우지 속편 촬영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출연 연예인과의 계약도 모두 합법적으로 체결됐다"며 이면계약 의혹을 정면 부인한 바 있다.
화이브라더스는 1994년 왕씨 형제가 설립한 중국 대형 영화·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중국에 내로라하는 유명 연예인인 리빙빙(李冰冰), 리천(李晨), 야오천(姚晨), 징보란(井柏然) 등도 모두 화이브라더스 소속이다. 지난해 화이브라더스 배급 영화가 거둔 박스오피스 수입만 51억 위안어치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