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페이크러브가 빌보드 핫 200 1위에 이어 핫 100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방탄소년단의 어떤 점이 전세계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을까?
방탄소년단은 한곡의 이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노래를 스토리로 풀었고 전 세계 젊은이들은 그들의 스토리에 매료됐다. 뮤비에 숨은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 직접 작사·작곡, '진정성이 가장 큰 무기'
특히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세 원숭이의 이미지를 비틀어 진실을 외면하려 하는 소년을 형상화한 안무는 ‘FAKE LOVE’의 유니크한 노랫말과 사운드와 조화를 이뤄 뮤직비디오의 정점을 찍는다.
뮤비의 시작과 함께 보여지는 손 조각상은 일곱 멤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결합'을 상징한다. 방탄소년단 멤버가 함께 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방탄소년단의 팬과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 모든 청춘들을 연결하는 메타포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은 방탄소년단의 모든 음악은 그들이 직접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작곡가, 작사가가 써주거나 소속사에서 만들어준 메시지가 아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직접 만들고, 함께 작업하면서 만들어낸 메시지다.
뮤직비디오의 진정성은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그래픽디자인(CG)를 쓰지 않고 멤버들이 직접 고난이도의 위험한 장면들을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1절 후렴 부분의 무너져 내리는 복도를 미친듯이 내달리는 정국의 모습도 직접 촬영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2절 후렴이 시작되기 직전 지민의 뒤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 역시 실제 세트를 제작해 촬영했다.
해당 신 이후 불꽃이 폭발하는 장면도 CG가 아니다. 고 퀄리티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한 방탄소년단의 노력은 늘 좋은 결과물로 이어졌고 이번 '페이크러브' 뮤직비디오 역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는 문화의 융복합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다"며 "동시대 젊은이들의 고뇌, 고민, 심연, 환상, 사랑, 관능 그리고 역동성 등이 짧은 한편의 영화처럼 촘촘하게 구성돼 담겼다. 방탄소년단의 뮤비가 그처럼 사랑받게 된 것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이 보내는 메세지에 동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콘텐츠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방탄소년단의 뮤비는 바로 그런 콘텐츠"라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앨범부터 2014년 ‘스쿨 러브 어페어’까지 통칭 ‘학교 3부작’이라 불리는 3장의 앨범을 통해 학원폭력, 입시 등 학교생활에서 경험하는 절망감과 반항심, 첫사랑 등을 담았다.
이어 2015년부터 공개한 ‘화양연화(花樣年華)’ 시리즈를 통해 청춘의 불안과 갈등,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2016년 10월 ‘윙스’와 지난해 2월 ‘윙스 외전-유 네버 워크 얼론’ 등 ‘윙스’ 시리즈에서는 유혹을 만난 청춘의 갈등과 성장을 다뤘다. 지난해 9월 ‘러브 유어셀프 승 허’로 시작된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빌보드닷컴은 "대부분의 케이팝 그룹들은 그들의 음악을 정치화하거나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 주저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여러 차례 정신건강, 왕따, 자살 등 정치와 문화적 문제를 다뤘다. 이런 비전형적인 접근 방식이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CNN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방탄소년단은 한국 아이돌 그룹의 레퍼토리와는 벗어난 우울, 역경 등의 주제를 은유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독특함이 있다”라고 방송됐다. 사랑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여타 아이돌들 노래에 비해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가사가 달랐고, 그것이 미국에서 인기를 더욱 키웠다는 해석이다.
◆ 불완전한 청춘, '스스로를 사랑하라'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 “이번 앨범은 기승전결 중 세 번째 시리즈다. 기승에서 사랑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담았다면 ‘티어’에선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짓된 사랑은 결국 이별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결국 이별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별을 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CNBC는 다른 케이팝 그룹들과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그래미에서는"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로 스토리라인을 연결한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미국 사회에서 더 깊은 차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독창적이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콘텐츠에 담았기 때문에 ‘독창적’이고, 그래서 미국 사회에서 더 깊은 지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서구에서 뮤지션은 자기 음악을 스스로 만들거나 자기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야 한다는 관념이 있다. 그동안 일반적인 아이돌들은 여기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방탄소년단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아이돌이면서도, 서구인들이 아티스트로 인정할 만한 진정성을 선보였다. 그것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10~20대들을 더욱 고양시켰고, 막강 화력 ‘아미’로 활동하게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자신들과 같은 나이대의 청춘들의 사랑과 고민, 불안, 행복 등 성장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편견과 틀을 청춘들의 눈으로 바라보며 비판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취업 걱정, 대학 학자금 부담, 결혼 및 집 마련 등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일상이 된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과 같다. 단순히 희망과 사랑 등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기존의 아이돌 가수들과 달리 방탄소년단은 현재 청춘들을 대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이 같은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멤버들이 직접 가수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이 유명 작곡가에게 돈을 주고 곡을 사고, 안무 선생님이 짜주는 춤에 맞춰 군무를 훈련하는 기존의 아이돌과 다르다.
일곱 명 멤버 전원이 랩과 보컬 분야를 맡아서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에 또 연습을 한다. 스스로 가사를 쓰고 작곡에 참여한다. 기획사와 함께 자신들이 부를 곡들을 선별한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현재 자신들의 모습을, 그들과 비슷한 나이를 가진 청춘들의 모습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번 페이크러브 뮤직비디오는 방탄소년단 특유의 익숙한 음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세련됨, 감성 등은 훨씬 더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느림 속에 빠른 비트가 우울함 속에 에너지가 씁쓸한 가사지만 달콤함, 처연한 동작에 다이내믹함이 아날로그 사운드에 디지털의 배합이 기묘하게 섞여있는 점이 방탄소년단에 왜 세계인들이 열광하는지를 알 것 같다”며 “우리 식 정서에 해외의 트렌드가 자연스럽게 엮어져 ‘경계를 해체시키는 음악의 힘’을 이번 앨범에서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이재원 한양대 겸임교수도 “파격적인 변신보다는 기존 음악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더했다”며 “감성의 깊이를 더하고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뮤비가 더욱 특별한 것은 팀의 지향점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라며 "다른 그룹들이 왜 방탄소년단의 뮤비와 같이 만들지 못하냐는 질문들을 하는데 지금처럼 다작을 하는 시스템에서는 힘들다. 방탄소년단은 연작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결해 풀고 있고 퍼포먼스, 패션, 콘셉트 등을 전략적으로 통합해 시간을 두고 접근하지 않는 한 방탄소년단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