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 앞으로 잘될 겁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무려 1년 6개월여 지속된 '한한령'의 악몽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도 묻어나 있었다.
불과 두 달여 전인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박 부회장이 2020년까지 '한한령'까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울한 전망을 내놓을 당시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중국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가 본격화된 2016년 12월 이후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가 납품하는 중국 완성차 업체는 정부의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지급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국내 '빅3'는 최근까지 중국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거의 ‘제로(0)’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한·중 관계의 개선에 힘입어 사드 보복도 해제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 부회장이 이날 이례적으로 현지 배터리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표현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 23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우량기업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중국 산업계를 총괄하는 먀오웨이 공업신식화부(공신부) 부장은 지난 24일 방한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 전기차가 보조금 형식 승인에 통과됐다"는 깜짝 발언으
로 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한한령' 해제 촉구에 기다렸다는 듯 답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업계의 맏형인 LG화학은 중국 시장의 회복으로 향후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사드 보복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확보한 완성차 고객들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초 LG화학의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은 가동률이 2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으로 배터리 패키지(셀·모듈·팩) 수출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공급 등을 통해 최근 가동률이 80%까지 오른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시장에서 다시 제품이 팔리게 되면 ‘풀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LG화학뿐만 아니라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중국 배터리팩 합작사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 공장‘의 재개 및 신규 배터리셀 공장 건설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 공장은 사드 문제 등으로 인해 지난해 아예 문을 닫은 바 있다.
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이번 전기차 보조금 최종 명단에 포함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LG화학과 삼성SDI의 거래사들도 전기차 보조금 명단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중 양국 정부의 관계가 작년보다 나아졌고 SK이노베이션이 보조금과 관련한 형식 승인을 받는 등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다"면서 "내년부터 중국에서 완성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친환경차 의무할당제도 10%로 증가하는 점도 국내 업체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