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평가받는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낙태 허용을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을 눈앞에 두게 됐다.
25일(현지시간) 낙태 금지 조항 폐지에 대한 헌법 개정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 출구조사 결과, 찬성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 타임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엠알비아이(Ipsos MRBI)가 시행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낙태 허용에 찬성한 비율은 68%로 반대 32%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는 그간 낙태를 엄격히 금지해 왔다.
수정헌법 8조로 불리는 낙태 금지법 폐지를 놓고 35년 만에 국민 투표가 재실시됐다. 아일랜드는 1983년 국민투표로 산모가 낙태를 선택할 권리가 태아의 생존권에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한 바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 한 해 제한적으로 낙태가 허용됐다. 수정헌법 8조에 따라 태아에게 치명적인 질환이 있거나 강간, 근친상간 같은 범죄를 겪은 경우에도 낙태가 금지됐다.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4년형이 선고됐다.
실상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는 법적 판단이 모호해, 낙태죄 폐지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영국 등 외국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영국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약 17만 명의 아일랜드 여성이 영국 ‘원정 낙태’를 택했다.
레오 버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좋은 신호라고 상당히 확신한다”고 전했다. 그는 의사 출신의 총리로, 낙태를 금지한 헌법 조항 폐기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국민투표의 최종결과는 26일(현지시간) 발표된다.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 조항이 폐지되면, 아일랜드 정부는 임신 초기 12주 동안에는 아무 제약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을 입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