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가 마침내 한국 무대 우승의 ‘한(恨)’을 풀었다. 19전20기. 무려 20번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만에 거둔 우승이다.
박인비는 20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닷새째 마지막 날 결승에서 김아림과 18번 홀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1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는 “국내에서 처음 우승해 기쁘다. 우승까지 쉽지 않았다”며 소감을 밝힌 뒤 “현금화가 가능한 굴삭기이지만, 의미가 있는 부상이기 때문에 농장을 갖고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기념으로 드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7승을 포함해 19승을 수확하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해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유독 국내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에 앞서 19차례 국내 대회에 출전한 박인비는 2008년 하이원컵 SBS 채리티 오픈에 첫 출전해 2위에 오르며 준우승만 6번 차지했고,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김자영2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던 박인비는 이날 우승을 차지하며 마지막 숙제를 풀었다. 이로써 박인비는 LPGA 투어 19승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4승,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1승, KLPGA 투어 1승 등 세계 4대 투어 총 25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박인비는 이날 오전에 열린 준결승에서 최은우를 3홀 차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이승현을 누르고 결승에 오른 국내 최장타자 김아림이었다.
대회 내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김아림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김아림은 세계랭킹 1위 박인비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당당히 맞섰다.
박인비는 12번 홀까지 김아림과 업&다운을 번갈아 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리드를 잡은 건 13번 홀(파3). 이 홀에서 4m 버디 퍼트를 넣어 리드를 잡은 박인비는 15번 홀(파4)에서 김아림이 보기를 범해 2홀 차로 달아났다.
하지만 박인비는 16번 홀(파3)에서 첫 보기로 김아림의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승부는 18번 홀(파5)까지 가서 결정됐다. 박인비는 까다로운 프린지에서 2퍼트로 파 세이브에 성공해 버디 퍼트를 놓친 김아림을 1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비록 이날 박인비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아림은 ‘졌지만 잘 싸운’ 결승이었다. 2016년 데뷔해 생애 첫 우승을 노린 김아림은 이번 대회에서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대회 준우승은 김아림의 최고 성적이다.
앞서 끝난 3-4위전에서는 최은우가 이승현을 5홀 차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이승현은 2년 연속 4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