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기술이 접목된 8대 선도사업 중심으로 '가시적 성과' 마련에 몰두한 채, 규제개혁 전개시 발생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간 갈등 관리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성장 정책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은 지난해부터 강조됐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혁신성장 대통령 점검회의가 열릴 전망이다. 당초 오는 3월에 열릴 예정이던 점검회의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 주변국과의 정상회담 등으로 계속 연기됐다.
기재부는 점검회의에서 △초연결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자율주행차 등 8대 선도사업의 추진 상황을 중점적으로 발표한다.
8대 선도사업은 지난해 말께 선정돼 기재부가 세부과제를 발굴해 왔다. 이후 각 부처와 함께 '혁신성장지원단'을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선도사업 추진에 팔을 걷어 붙였다.
특히 최근에는 드론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1000억원에 불과한 사업용 드론시장을 2022년 1조4000억원 규모로 육성, 4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만 몰입, 실제 혁신성장에 필요한 규제완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해당사자간 갈등관리 대책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규제를 완화할 경우, 기존 사업자들은 필연적으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규제개혁을 기점으로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사업자와 국민간 갈등이 예고된다.
이에 따라 기재부도 지난해 효과를 거둔 △원전 공론화위원회 개념의 규제 공론화 위원회 출범 △정부 주도식 규제 기구 창설 △민간 또는 국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방식의 공론화 홈페이지 개설 등을 살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것이 기재부의 답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전 공론화위원회 역시 준비 기간 2~3개월, 출범 뒤 1개월 정도 사전 교육 등 3~4개월의 기간이 걸렸다"며 "상반기 중으로 이같은 규제개혁 공론화 플랫폼 등을 꾸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역시 규제개혁으로 인해 기존 기득권층의 피해 등이 예고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잇지만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하반기에 공론화 플랫폼을 꾸린다고 해도, 이해당사자가 규제개혁 논의에 동참할 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혁신성장 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얘기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기존에 적용됐던 기준을 바꾸는 것이어서, 혁신성장 정책 초기부터 병행해 살펴봐야 할 문제였다"며 "국내 산업 생태계속에서 민간 기업이 항상 어려움을 겪는 사안인데, 정부의 조치는 상당히 늦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