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도 애플이나 구글 같은 혁신기업을 키워야 합니다. 창업에서 코넥스,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죠."
코스닥은 문을 연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가장 큰 자금줄로 자리잡았다. 한계에 부딪치기도 했다. '2부 시장'이라는 인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거래소(KRX) 정운수 부이사장(코스닥시장본부장)을 만나 지금 필요한 '코스닥론'을 들어봤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본부에서 분리했다. 코스닥시장본부장과 코스닥시장위원장도 나누어 뽑았다.
거래소는 이런 이원체계를 안착시키고, 안팎에서 코스닥에 바라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2013년에도 거래소는 코스닥을 이원화했지만, 1년 만에 되돌린 바 있다.
정운수 부이사장은 "코스닥시장위원회와 코스닥시장본부는 정관으로 제각기 역할을 구분했다"라며 "위원회는 제도 개정과 같은 의사결정을 주로 맡고, 본부는 결정 사항을 집행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길재욱 코스닥시장위원장과도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에 걸린 가장 큰 기대는 모험자본 육성과 성장사다리 강화다.
정운수 부이사장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더 많이 올 수 있게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겠다"라며 "코스닥 상장사에 세제 혜택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게 관련당국과 꾸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우량주 통합지수에 큰 기대
아직 코스닥은 '개미만 몰리는 코스피 2부 리그'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나스닥이 첨단 기술주 중심으로 이뤄진 데 비하면 성장이 정체돼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나스닥에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같은 세계적인 IT 기업이 대거 상장돼 있다. 더욱이 이런 기업이 다른 시장으로 둥지를 옮기지도 않는다.
정운수 부이사장은 "글로벌 기업이 떠나지 않는 데서 나스닥 경쟁력도 나온다"라며 "외국인·기관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업설명회(IR)나 마케팅을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올해 3월 말 KRX300 상장지수펀드(ETF), KRX300 선물, 코스닥150 옵션을 상장했다. 상반기 안에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투자하는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도 내놓는다.
정운수 부이사장은 "오는 6월 코스피·코스닥 중소형 우량종목 통합지수를 발표하고, 이를 시작으로 7월에는 개별주식 선물·옵션 수도 늘릴 것"이라며 "코스닥150 섹터지수선물도 상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기관 비중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보여준 가능성
정운수 부이사장은 코스닥 벤처펀드에서 밝은 미래를 봤다고 얘기한다.
그는 "코스닥 벤처펀드로 2조원 가까이 몰리면서 코스닥은 다시 900선을 돌파(4월 17일)했다"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여러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공모주 물량 30%를 우선적으로 배정해준다. 1인당 3000만원까지 소득공제(10%)도 해준다. 이런 혜택은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보완할 때에도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곧 나올 코스닥 기술보고서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정운수 부이사장은 "코스닥 종목에 대한 보고서가 많이 부족했고, 실제로 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형주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라며 "이달 안에 코스닥 기술보고서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이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술보고서를 발간한다. 소규모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 문제를 풀어주기 위해서다. 거래소는 앞으로 보고서를 달마다 50건 안팎씩 내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