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이 연내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전환을 위해 관련 당사국과 회담을 추진키로 하면서, 향후 한반도 주변국 간 정상외교전(戰)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1년 만에 마주한 남북 정상은 27일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진전된 첫 걸음을 뗐다. 비핵화 합의는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숙제지만, 선행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물꼬를 튼 만큼, 비핵화의 여정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전제 위에서 그리는 평화체제 로드맵의 일환이다.
남북 정상회담 후 오는 5∼6월 연쇄적인 한반도 비핵화 관련 정상외교 일정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더욱 크다.
우선 다음달 8∼9일쯤 일본 도쿄에서는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전망이다.
3국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조방안 및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또 5월 중순으로 전망되는 북·미 정상회담 이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입장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루고,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이른바 '3단계 로드맵'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미국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성패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이 올해 종전선언에 합의한 만큼, 주한미군 철수를 둘러싼 북한과 중국 간 입장 차이가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북한이 미국에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중국측이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견으로 인해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 전 방북을 희망했으나, 북한이 거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3자 또 4자 정상회담에 합의한 만큼 남·북·미, 나아가 중국을 포함하는 4자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에 도달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국 고위 관계자도 최근 베이징 특파원 출신 기자들과 만나 "남·북·미 간 어떤 형식의 대화든 환영한다"면서도 "종전선언은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에는 적극적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그간 중국이 주장해온 '쌍궤병행'을 구체화한 제안이라는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은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4개국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