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업무를 해봤지만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은 상당히 불친절하다. 특히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 복잡한 민원의 경우 다음 담당자한테 넘기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정부부처 시스템 통합작업 경험이 있는 한 정보통신 용역업체는 해수부의 민원 대응이 다른 부처와 달리 강압적이라며 이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작업 과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자신들이 짜 놓은 계획에서 어긋나면 아예 사업계획서조차 검토를 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수많은 정부부처 시스템 작업을 하면서 해수부처럼 꽉 막힌 부처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거제도 중소기업이 제기한 민원은 앞선 정보통신 업체와 내용은 다르지만, 해수부의 부실한 민원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은 공통분모가 있다. 민원인들은 해수부 직원들의 고압적 자세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물론 정부도 할 말은 많다. 수많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부분을 찾기가 더 쉬울 정도다. 특히 대규모 수익 사업에는 이권개입이 심하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진행하기 힘들다. 해수부 사업들 대부분이 규제에 민감하다보니 민원처리에 있어 어느 정도 기준이 정해져 있는 부분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런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민원이 제기된 사안을 해수부 공무원의 기준으로만 결정하는 것은 짚고 넘어갈 일이다. 더구나 현장 한 번 나가지 않고 책상에서 승인여부를 확정짓는 구태가 여전하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얘기다.
이번 거제도 중소기업 민원 역시 해당 지역을 책임지는 통영해양수산사무소(통영출장소)에서 현장 실사 한 번 나가지 않고 ‘위험하다’라는 명분을 내세워 2년6개월을 끌었다. 해수부는 지방청을, 지방청은 해수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소위 ‘핑퐁게임’을 이어갔다.
해수부가 시간끌기를 하는 동안 담당 공무원은 국장 2명, 담당 과장 4명,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2명, 통영출장소장 3명이 바뀌었다. 이들은 모두 책임을 후임에게 떠넘기거나 현재도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번 거제도 민원의 경우 통영출장소에서 올라온 최초 보고서가 마치 해수부 전체 의견처럼 부풀려졌다. 해수부 담당 국장도 통영출장소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이 민원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역에서 올라온 보고서만 믿고 해수부는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민원인 보고서는 모두 ‘거짓말’로 결정을 내렸다.
해수부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허베이 스피릿호와 2014년 여수 우이산호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후유증도 한 몫 한다. 우이산호 사고의 경우 윤진숙 장관이 경질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대 선박 유류환적작업(STS)’은 해수부로서는 골치 아픈 민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STS 작업은 세계 물류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분야다. 정부가 조금만 신경 쓴다면 김영춘 장관이 심혈을 기울이는 ;동북아 물류 허브'로 자리 잡는데 일등공신이 될 잠재력도 갖췄다. 우리나라는 이미 30년 전부터 STS 작업 노하우를 보유한 업체도 있다.
해수부는 세월호 이후에 ‘해피아(해수부+마피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학연과 지연이 팽배한 내부 분위기로 인해 ‘폐쇄 집단’이라는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해수부가 2년 넘게 민원 하나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배경에는 해피아가 존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기에 충분하다.
해수부가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했는데, 공무원의 업무방식은 여전히 ‘갑’이라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의사결정이 쉽지은 않다. 하지만 민원을 충분히 수렵하고 긍정적인 방향을 검토하는 자세는 분명히 필요하다. 해수부가 향후 접수된 민원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