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ZTE…" ZTE 비판한 중국정부 내부 보고서 유출

2018-04-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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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위 고급연구원 작성 3700자 남짓 보고서

"미국의 ZTE 제재…중국 외교정책과 국가이미지에 타격"

"ZTE 때문에 중국기업들이 뼈아픈 대가 치러야"

중국 정부가 발표한 '미국 ZTE 제재 관련 보고서'. [사진=시나닷컴]


“어리석은 ZTE의 대응으로 중국 외교정책과 국가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국유 통신장비업체 ZTE(中興·중싱)에 대해 미국기업과 거래를 7년간 중단한다는 제재를 가한 것과 관련해 최근 중국 온라인에 돌았던 중국 정부 내부 보고서 내용이다. 
'미국의 ZTE 제재 사건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3700자 남짓 분량으로, 중국 국무원 중앙국유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연구중심 왕타오(王绦) 고급 연구원이 지난 20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돼 시나닷컴 등에서 게재했으나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만큼 곧바로 삭제됐다고 홍콩 명보 등 중화권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모두 ▲미국의 ZTE 제재 과정과 이유 ▲ZTE와 기타 기업에 미치는 영향 ▲교훈과 시사점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보고서는 "ZTE의 대응은 어리석고 수동적이었다",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ZTE의 '근시안적 시각과 신용없는 경영'으로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 외교정책과 국가 이미지에 피할 수 없는 영향을 줬다"며 ZTE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ZTE 제재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고서는 ZTE는 북한·이란에 수출금지품목을 판매한 고위급 직원들을 징계하기로 해놓고 오히려 보너스를 주었고, 미국 상무부에도 계속 거짓말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ZTE의 신용·준법의식 결여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미국이 ZTE에 대해 미국기업과 거래를 금지한 것은 ZTE의 숨통을 조른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ZTE는 전체 부품의 20~30%를 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통용부품인 고속 ADC/DAC, 변조기, 고성능 위상동기회로(PLL) 등은 거의 대부분 해외 반도체 기업에 의존하고 있어서 당분간 중국산으로 대체 불가능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외에도 ZTE는 스마트폰 반도체, 5세대 통신(5G) 기술 연구개발에서 퀄컴, 인텔 등 미국기업과 협력 중이라고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국 통신업이 미국산 반도체에 고도로 의존하고 있는 데다가 ZTE는 중국 최대 국유통신장비 상장사인만큼 이번 제재가 ZTE는 물론 통신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른 중앙국유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보고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발생한 미국의 ZTE 제재 후폭풍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를 둘러싸고 여론이 분분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봉쇄를 하는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반도체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냉정하게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개혁개방 추진, 중점산업·기술 육성 강화, 피해기업 및 산업 응급 구제방안 마련, ZTE 관리감독 강화, 기업 준법의식, 신용경영 강화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들도 혁신을 통한 발전, 기업 경영리스크 관리 강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ZTE는 미국이 제재조치를 내린 17일부터 닷새째 선전거래소에서 주식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ZTE는 22일 공시를 통해 수출 제재 관련한 법규를 고도로 중시해 준법성을 회사 전략의 기반과 경영 전제, 마지노선으로 삼아 자체적으로 준법위원회를 꾸려 관리감독을 엄격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미국 정부의 ZTE 제재를 둘러싸고 관련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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