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환율 리스크 확대, 임금부담률 상승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북한발 훈풍’이 불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성백웅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장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진전이 있고, 과거와는 다른 지속 가능한 경제협력이 가능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다"며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향후 사업 등을 계획하는 등 철저히 준비하자는 주문들이 뒤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 "북한 리스크 해소 기대"
특히나 현대그룹은 남북 경협 재개에 대비해 '비상대응태세'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경제협력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크다"면서 "과거 금강산 관광 등 이를 진행해 온 경험을 토대로 현재 상황에 맞게 세부 전략 등을 재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중한 마음으로 대북사업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당장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놨다"고 강조했다.
현대뿐만 아니라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도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었던 북한 리스크가 해소될 가능성이 포착되면서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교류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과거 북한의 행태로 미뤄 볼 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견·중소기업들도 일단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던 기업들은 고사위기에 처한 상태라 더욱 절박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개성공단은 2년2개월가량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 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에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동결 방침으로 대응하면서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모두 포기하고 남쪽으로 내려와야 했다.
개성공단의 폐쇄로 철수를 감행했던 A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일부 보상을 했지만, 개성 공단의 폐쇄로 인해 유무형의 피해가 심각했다”며 “개성 공단이 재가동된다면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김정은 정권도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돼야 경제개발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공단 문을 다시 열고 싶어 한다"며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의 북한 비핵화 결과에 따라 연내에도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 "아직은 신중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남북·북미 대화 무드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남북 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 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남북 경협 재개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과거 남북 관계의 단절 시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일단 남북 경협의 재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