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를 놓고 시중은행 간 '치열한 혈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의 서울시 1금고를 사수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분류된 2금고까지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우리은행의 자리를 빼앗아야 하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은행을 비롯한 KB국민·신한·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과 NH농협·IBK기업은행이 시금고 설명회에 참석,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다. 대부분의 은행이 1·2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유리한 패는 우리은행이 쥐었다. 1915년 조선경성은행 시절부터 104년째 서울시 자금 관리를 맡아왔고, 전산시스템에서부터 자금관리까지 다른 은행이 갖추지 못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단수 체제로 운영되어온 시금고를 올해부터 1금고(일반·특별회계)와 2금고(기금관리)로 분리했지만, 업계는 우리은행이 1·2금고를 모두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울시는 1금고를 최고점 은행, 2금고를 차점 은행에 맡는 것이 아니라 최고점 은행을 각각 선정하겠다는 원칙을 정했다.
타행 입장들은 전산시스템 구축이 큰 장애물이다. 올 연말까지 기존·신규 금고 합동근무 및 인계인수가 이뤄질 예정이긴 하지만,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다른 은행들이 그동안 축적된 우리은행의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금고만이라도 차지하려는 모습이다. 1금고 규모가 30조원이 넘는 반면, 2금고는 2조원 수준이지만 노하우를 쌓을 기회라도 얻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그룹 내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분리할 정도로 기관영업에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서울시금고를 차지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우리은행이 100년 넘는 기간 동안 서울시금고를 맡으면서 복잡한 전산시스템 노하우는 물론 시의 두터운 신뢰도 얻고 있어 자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