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여자친구나 아내 분 옷을 사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본인 옷을 사러 오는 남성고객이 많아졌어요.”(신세계 강남점 남성의류 매장 직원)
외모를 가꾸는 ‘그루밍족’과 ‘욜로족’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남성 고객이 백화점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2일 남성 고객만을 겨냥해 출시한 ‘신세계 멘즈라이프 삼성카드’의 한 달간 사용 실적을 보면, 1인당 월 평균 사용 실적은 300만원에 이른다. 이는 기존 백화점 제휴카드의 한달 평균 실적(40만∼50만 원대)의 7배에 이른다. 기존 카드 고객 중 여성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남성 전용 카드 사용자들의 씀씀이가 여성을 압도하는 셈이다.
특히 신세계 멘즈라이프 카드 사용 고객 중 74%는 30∼40대 젊은층으로, 외모 가꾸기에 과감히 지갑을 여는 그루밍족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장르별 매출 순위를 보면 카드를 가장 많이 쓴 분야는 ‘명품’ ‘남성 의류’ ‘생활’ 순이었다. 여성 고객들의 경우, 장르별 매출 순위는 ‘명품’ ‘생활’ ‘식품’ 순이었다. 백화점을 찾은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패션에 더 투자하는 셈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남성 고객의 매출이 전체의 34%를 차지하는 등 2010년 28.1%에 비해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의 남성 고객 비중 또한 2015년 31.0%에서 2016년 32.4%, 2017년 33.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남성 고객들이 즐겨 찾는 명품 주얼리의 매출이 눈에 띄게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한지 1년이 채 안된 ‘프레드’ 브랜드의 경우, 포스텐(Force 10) 팔찌가 인기를 끌면서 매달 목표 대비 100% 이상 매출을 달성했다. 포스텐 팔찌 구매고객 70% 이상이 남성이다. 명품 ‘부쉐론’의 ‘콰트로 링’ 제품과 스컬(해골)반지로 유명한 ‘크롬하츠’ 또한 구매고객 80% 이상이 남성으로 집계됐다.
남성 고객 매출이 급증하면서 백화점들은 잇달아 특화 매장과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봄시즌을 맞아 남성 의류 편집매장을 강화했다. 잠실점 5층엔 남성 고급정장 맞춤숍 ‘타카오카 컬렉션’을 열었다. 용산 아이파크몰도 지난 1일 패션파크 5~6층을 남성 전문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3일부터 22일까지 모든 매장에서 ‘멘즈위크’ 행사를 진행한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디스퀘어드2, 폴스미스, 디젤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은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한다.
박순민 신세계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업계 최초로 출시한 남성들만을 위한 카드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등 여성 못지 않은 패션감각으로 자기 주도적인 소비를 하는 남성들이 백화점에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