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 "해운업, 규모 키워 승부해야"

2018-04-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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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정부 '한진해운 정상화 대신 채권 회수

1위 선사 파산으로 보유 네트워크 모두 잃는 '실책'

원양선사 200만TEU·근해 50만TEU 재편

세계 해운시장 주도할 유럽·中·日 3대 메가컨테이너에 대응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이 8일 서울 여의도 선주협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향후 해운재건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통렬한 반성 후에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8일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서울 여의도 선주협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성공을 위해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세계 10대 무역국임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것은 엄청난 우를 범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실기(失機)를 바로잡기 위해선 각국 정부처럼 해운업을 전략산업으로 보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 1위·해운 5위 불구 해운·조선 위기··· "자성해야"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 1조520억 달러(약 1124조5880억원)를 교역했다. 해상물동량은 10억t, 컨테이너처리량은 1600만TEU(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1대)에 이르렀다. 

세계 5위 해운국가이지만, 정작 우리 해운업은 위기다. 글로벌 경쟁력이 심화한 탓도 있지만 자멸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

실제 우리나라의 해운산업 매출액은 2015년 39조원에 이르렀으나, 한진해운 퇴출 해인 2016년에는 29조원대로 10조원이 증발했다.

김 부회장은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요구했고, 이후 얼라이언스(해운동맹) 가입을 통해 정상화하겠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국민혈세 투입 없는 자구안 마련' 등 금융논리만을 앞세워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파산은 뼈아팠다. 이 회사가 보유한 64개국 168개 항구, 109개 서비스 네트워크를 일순간에 잃었다. 우리 화물을 외국 선사가 실어날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정책금융기관이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채권회수에 몰두했고, 국적선사보다 해외선사를 지원함으로써 국적선사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이 같은 구조조정 실패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3배 성장할 때 '머스크'는 17배
선주협회에 따르면 현재 세계 1위인 머스크는 1997년만 해도 원양선사 규모가 23만TEU에 불과했으나 2017년 390만TEU로 17배나 급성장했다. 세계 2위 스위스 선사인 MSC도 15만TEU에서 306만TEU로 증가했고, 프랑스 CMA와 중국 코스코(COSCO)는 각각 9만TEU에서 229만TEU, 20만TEU에서 242만TEU로 몸집이 불어났다.
 

[사진= 아주경제 DB]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선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남은 현대상선은 11만TEU에서 36만TEU로 3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년 전만 해도 출발 선상은 비슷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급격히 벌어진 것이다.

김 부회장은 각국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결과를 좌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덴마크와 독일, 중국은 자국 선사인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코스코에 각각 전략적으로 67억 달러, 27억 달러, 108억 달러를 지원하는 '해운산업 육성 정책'을 폈다"면서 "반면 한국 선사들은 채권단의 압박을 받아 빚 갚는 데 매몰됐고, 외국 선사들은 이 기회를 틈타 치고 나갔다"고 말했다.

해운은 중량기준 글로벌 수송 비중 가운데 99%를 차지하고 조선·철강·항만·물류 등 연관산업이 많을 뿐 아니라, 유사시 전략자원으로도 쓰이는 기반산업 겸 전략산업이다.

이런 이유로 김 부회장은 정부에 한진해운을 파산시켜선 안 된다고 수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해운업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와 인식 부족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결국 수출산업의 큰 피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해운재건 정책 성공, 선사 재편·선박 발주에 달렸다
김 부회장은 향후 전 세계 해운시장 판도가 3개의 메가 컨테이너 선사 집단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계(머스크라인·MSC·CMA CGM·하파크로이트), 중국계(코스코·OOCL·양밍·에버그린), 일본계(ONE) 체제다.
 

[사진= 아주경제DB]


그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선사 재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 부회장은 "현재 현대상선, SM상선 두 곳인 원양컨테이너선사를 하나의 선사로 재편해 200만TEU, 근해컨테이너선사는 2~3개로 통합해 50만TEU까지 각각 규모를 키워야 한다"면서 "총 250만TEU 이상의 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세계 3위인 프랑스 해운사 CMA CGM과 맞먹는 것으로, 내년까지 선대를 증강하겠다고 밝힌 중국 코스코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코스코는 목표 컨테이너 선대 규모를 250만TEU 이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선박을 발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공급과잉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발주를 하는 것은 더 좋은 배를 만들어 효율이 떨어지는 배를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요 선사들의 경우 이미 컨테이너 대형선의 신조를 확보해 놨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머스크와 MSC는 각각 12척(14만TEU), 11척(24만TEU)의 발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CMA CGM(24척·32만6194TEU), 코스코(27척·48만3191TEU) 등도 마찬가지다.

김 부회장은 "평생 해운업에 종사해 오면서 위기 때마다 정책적 제언을 해왔다"면서 "선사 재편, 선박 발주 및 선사 적취율(화주가 보유한 전체 화물 중 국적 선사로 화물을 옮기는 비율) 증대 등 노력을 기울인다면, 조선·해운·철강 등 관련산업들도 상생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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