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한 방에 간다, 한 방에 간다 그러더니 그 한 방이 어디 갔습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에 이렇게 되물은 바 있다.
11년 만에 검찰이 응답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 선 지 닷새 만이다.
억울하다기엔 혐의가 너무 많다. 영장에 적시된 것만 18개다. 22개의 혐의가 제기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못지않다. 110억원대 뇌물수수·횡령·배임·조세포탈·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이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가 아니라면 삼성의 소송비 대납, 다스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혐의 중 상당수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르면 22일 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중 영장실질심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며 불출석 의사를 표해 무산됐다. 법원은 서류심사만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전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측근들의 자백은 물론 물증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가훈이 '정직'이라는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에도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권"이라는 자평을 남긴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뜻을 오해하고 있는 단어는 정직일까, 도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