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67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로 시작한다.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 '국회의원의 피선거권', 한국사람이 우리말을 읽는 데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일본식 표현과 번역 투가 섞여 있다.
최근 국어학자인 리의도 춘천교대 교수는 친근하고 간결하게 수정한 문장을 내놨다. 리 교수가 바꾼 쓴 '대통령은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는 돼야 한다'는 앞 문장보다 쉽게 읽힌다.
국민운동본부가 130개 조·항(139문장)을 모두 분석하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개정안 만들기에 앞장선 리 교수는 "헌법을 쉽게 바꾸자고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사항"이라면서 "어떻게 바꾸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국민의 언어로 써야 한다는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고쳤다.
리 교수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쓰지 않는 표현을 정리한 쉬움성과 친근성 범주는 헌법을 만든 제헌국회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제헌국회 구성원들은 대부분 일본 유학을 다녀왔으며 한자를 쓰는 법학자이자, 남성이었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 전체 198명 가운데 여성은 임영신(경북 안동) 의원 단 한 명뿐이었다. 제헌국회 의장이었던 신익희 선생도 한성관립외국어학교를 다닌 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 정경학부에 입학해 수학한 유학생 출신이다. 따라서 리 교수는 헌법에 일본식 표현, 한자어, 남성적 표현이 고스란히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 교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시대를 개헌에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주권자이고, 국민의 반은 여성"이라며 군대식 표현 수정의 필요성을 거듭 피력했다. 예를 들어 '민족문화→(전통)문화', '자유를 가지다→자유를 누리다', '선서→다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리 교수는 "당시 사람들을 나무랄 수만 없지 않나.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시대에 맞게 헌법을 우리 말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은 1987년 개헌 이후 한 번도 손을 보지 못했고, 30년도 더 된 낡은 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다.
리 교수는 역시 선배 국어학자들도 개헌할 때마다 수차례 지적했다며, "헌법을 9번이나 바꾸는 동안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을 어떻게 뽑을 것인까만 고민했지 우리말 표현을 손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민운동본부에서는 이번 달 5~11일 일반 성인 467명과 중학생 426명 등 모두 89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헌법 문장 점수는 10점 만점에 4.5점에 불과했다. 또한, 전체 84.4%가 '헌법 문장을 우리말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성인은 96.4%, 중학생은 71.4%를 기록했다. 바꾸는 게 좋겠다고 답한 이유 가운데선 '알기 쉬워 누구나 헌법을 지키기 좋다'가 56.8%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법적으로 모호하지 않고 명확하다'는 19.4%, '우리말다워 국민 언어생활의 본보기가 된다'가 13.8%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