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열쇳말을 하나만 꼽자면 '투자은행(IB)'이다. 연임에 성공한 CEO 뒤에는 탄탄한 IB 역량이 있다. 수장을 바꾼 곳도 마찬가지다. 손꼽히는 IB 전문가를 전격 발탁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O가 연임하는 한국투자증권(유상호)과 하나금융투자(이진국), 교보증권(김해준), 대신증권(나재철)은 물론 새 CEO를 뽑은 NH투자증권(정영채), 삼성증권(구성훈)에서도 이런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증권가 최장수 CEO인 유상호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에서 열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5곳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업(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회사다. 유상호 사장은 2020년까지 발행어음으로 8조원을 모은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의 연임은 예견돼왔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연결재무 기준으로 순이익 5254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순이익이 122%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얼마 전 베트남 현지법인에 380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도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연임에 성공했다. IB 부문 조직개편이 이를 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는 은행·증권업 IB를 통합하는 기업투자금융(CIB) 모델을 도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자본확충에도 나선다. 현재 자기자본은 1조9000억원이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나란히 새 사장을 선임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초대형 IB로 지정돼 있지만, 아직 발행어음업 인가를 못 받았다. NH투자증권 사장에 오르는 정영채 내정자는 그동안 IB 부문 대표를 맡아왔다. 삼성증권은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전면에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