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팀워크 논란’의 당사자인 노선영이 오랜 침묵을 깼다. 동계올림픽이 폐막한 이후 열흘만이다. 그러나 그 사이 급변한 여론은 냉랭하다. 전 국민의 응원을 받던 노선영을 향한 시선이 왜 달라졌을까.
‘팀워크 논란’ 이후 입을 굳게 닫았던 노선영은 8일 SBS 시사토크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했다. 팀추월 경기 이후 기자회견이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를 거부하며 말을 아꼈던 노선영의 첫 심경 고백이었다.
노선영이 꼬집은 것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제도적 문제점이었다. 노선영은 “개개인 선수의 문제가 아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문제”라면서 “사회가 무조건 메달 딴 선수에게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엄청난 노력을 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이다. 인식이 바뀐다면 연맹에서 메달 딸 수 있는 선수 위주로 특혜를 주는 일이 없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아있을 후배들이 더 이상 차별받거나 누군가가 특혜 받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피해자’로 각인된 노선영의 논란 이후 태도다. 노선영은 이번 논란의 당사자다. 김보름과 백철기 감독이 직접 나서 사과 기자회견을 갖는 동안 노선영은 ‘감기 몸살’을 이유로 침묵했다. 이날 선수촌 밖으로 외출한 장면이 포착되면서 의구심을 갖게 한 노선영은 이후 특정 언론사를 통해 기자회견을 반박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노선영은 팀추월 순위결정전까지 모두 끝난 직후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철저히 거부했고, 이후에도 “올림픽이 끝나면 말하겠다”며 취재진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결국 노선영의 공식 기자회견은 없었다. 노선영이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곳은 반박 인터뷰를 했던 특정 언론사의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 방송 출연에서도 그동안 논란을 키웠던 문제들과 관련한 속 시원한 답변을 찾을 수 없었다. 노선영은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이야기만 꺼내들었다.
노선영은 올림픽 기간에도, 그 이후에도 ‘왕따 논란’에 이어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에 명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줘야 책임이 있었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노선영은 모든 기회를 피했고, 숨었다. 왜 노선영은 취재진 앞에 당당히 나서 입을 열지 못할까.
청와대 청원을 올렸던 국민들은 올림픽이 끝난 뒤 허탈감에 빠져 있다. 개최국에서 국제적 망신까지 당하며 올림픽을 뒤흔든 ‘진실게임’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답답함에 이제 또 다른 공분이 일고 있다. 김보름을 포함해 팀추월 대표팀 선수들 및 코칭스태프는 여전히 ‘가해자’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