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안전사고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치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66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의 스포츠 센터 화재.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인 지난 1월 26일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로 37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에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국가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최근 '2018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과제 하에 시설물의 형식적 점검에서 탈피, 전문성을 높여 위해시설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국민 모두가 참여해 사회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예방활동이다.
2014년 세월호 사고와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등을 계기로, 대형 재난을 미리 막자는 취지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행안부 지침에 따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시설을 발굴하고 사전에 제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는 데 목적이 있다.
점검 대상은 안전관리가 취약한 주요 시설 29만8000여 곳이다. 이 가운데 중소형 병원과 다중이용시설 등 6만 곳은 위험시설 등으로 분류, 전수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당초 지난달 5일부터 이달 30일까지로 계획된 국가안전대진단 기간이 내달 13일까지 2주간 연장된 점도 철저한 점검과 책임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가안전대진단이 실시된 지 한 달이 됐다"면서 "현재 점검대상 30만개 건물 중 40%가량 진단을 마친 상태이며, 남은 기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장관, 지역 곳곳 누비며 불시 점검 '구슬땀'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 수장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생활공간인 아파트부터 대형 복합쇼핑몰까지 장소를 불문하고 불시에 현장을 찾아 위해시설을 점검하는 등 안전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8일 경기 광명시 소재 아파트 건설현장을 방문, 안전관리 실태를 살펴보고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폐쇄회로(CC)TV와 정보통신(IT)기술을 접목한 '원격 영상 안전관리 시스템'을 통해 화재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응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우선 점검했다.
이어 철근 탐지기로 콘크리트 내부에 매설된 철근의 위치와 간격을 확인하는 등 공사가 시공계획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연이은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타워크레인 안전관리 실태도 확인했다.
김 장관은 이번 국가안전대진단에 처음 도입된 '점검 실명제'에 따라 점검표를 작성한 뒤 점검자란에 서명하고, 현장소장이 이를 확인하는 시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 2일엔 10여명의 정부합동안전점검단과 함께 서울 동대문 소재 복합쇼핑몰 '밀리오레'를 찾아 불시 현장점검을 했다.
김 장관은 안전관리 책임자인 이형주 밀리오레 관리실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정의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현장 점검 취지를 설명하고 본격 점검을 시작했다.
△피난안전구역 △열감지기·방화커튼 △스프링클러 △방화문 등 소방안전 점검과 가스·전기시설 점검 등 시설 안전 전반에 대해 꼼꼼히 점검했다.
또 피난안전구역 내 피난 경사로 설치와 피난 유도등 추가 설치 등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안전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점검 결과, 장애물로 인한 방화커튼 작동 미흡과 피난계단 내 장애물 적치 등이 지적돼 해당 시설에 대해 시정토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우리 사회의 안전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무시 관행을 근절해 나가겠다"며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시행 한달 경과··· 14만명 투입·11만5000곳 점검 완료
국가안전대진단이 시행된 지 한 달. 행안부는 7일 김 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대진단 추진상황 중간보고회'를 열고, 중앙행정기관과 각 자치단체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민간전문가·공무원·민간시설 관리자 등 14만명이 참여했고, 대상 시설의 38.6%인 11만5206곳의 점검을 마쳤다.
특히 중소형 병원이나 전통시장, 화재취약시설 등 위험시설에 대한 민·관합동 점검의 경우 대상 6만3570개 중 3만2763개의 점검을 완료해 51.5%의 진도율을 보였다.
관리주체인 공공 또는 민간시설주 등이 자체점검을 실시하는 일반시설은 23만5010개 중 8만2443개를 점검해 35.1%의 진도율을 나타냈다.
점검 결과, 곳곳에서 안전관리가 미흡했다. 시정명령·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는 1104개소로 나타났고, 현장 시정조치는 2202개, 보수·보강 등 필요시설은 5764개로 집계됐다.
일부 교량에서는 부식 우려가 제기됐고, 경사면에서는 낙석 가능성도 지적됐다. 또 비상구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소방·전기시설이 고장난 채 방치되는 등 관리부실 사례가 이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장관은 "실효성 있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위해 안전점검을 꼼꼼하게 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신속히 조치하라"며 "국민 안전을 확보하고자 제도 개선과 함께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