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최영미가 밝힌 고은 시인 성추행 자필 고발문 내용보니…

2018-02-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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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쯤 술집서 목격한 모습 폭로

[사진=연합뉴스]


최영미 시인이 밝힌 고은 시인에 대한 자필 고발문 내용이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최영미 시인은 동아일보를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자필 고발문을 공개했다.
자필 고발문에 따르면 최영미 시인은 지난 1993년쯤 서울 탑골공원 인근 술집에 들어온 고은 시인이 서너 개 의자를 붙이고 누워 천정을 보고 누운 채 바지 지퍼를 열고 아랫도리를 주물렀고, 최영미 일행을 향해 "야 너희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적었다.

20년도 넘은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난다는 최영미 시인은 "어느 문인도 괴물 선생의 일탈 행동을 제어하지 않았고,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웃었다. 술집 마담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아유 선생님도'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미투운동'과 함께 성추행이 폭로되면서 고은 시인의 시가 교과서에서 퇴출되고, 작가회의 상임고문직에서 내려오는 등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최영미 시인 자필 고발문 전문>

내 입이 더러워질까 봐 내가 목격한 괴물 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내가 앞으로 서술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내가 등단한 뒤,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장소는 당시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이었다. 홀의 테이블에 선후배 문인들과 어울려 앉아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데 원로시인 En이 술집에 들어왔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는 의자들이 서너 개 이어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천정을 보고 누운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 ”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 너희들이 여기 좀 만져줘.”

‘너희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 시인 한 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고… 술꾼들이 몰려드는 깊은 밤이 아니었기에 빈자리가 보였으나, 그래도 우리 일행 외에 예닐곱 명은 더 있었다.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술집 마담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아유 선생님두-”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
-시인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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