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을 직접 경영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계열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두 보험사 사내 등기임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안방보험 출신 중국인 임원이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두 보험사에 대한 대주주의 자본 확충 지원도 한동안 어려울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보험감독위원회(이하 보감위)는 23일 웹사이트를 통해 "오는 2019년 2월 22일까지 안방보험에 대한 관리에 나선다"고 성명을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이 기간 보감위와 인민은행, 은행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 관계자들로 구성된 팀이 안방보험을 경영한다.
안방보험그룹의 지배구조가 대거 변경되면서 국내 계열사인 동양생명이나 ABL생명 등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두 보험사의 지배구조 맨 꼭대기에 위치한 안방보험 출신 사내 등기임원이 차례로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기소가 예고된 우 전 회장과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인물로 새로운 안방보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정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각각 4명의 사내 등기임원을 선임하고 있다. 이중 구한서 동양생명 공동대표와 순레이 ABL생명 대표를 제외한 모든 임원이 안방보험 출신이다.
야오따펑 동양생명 이사회 의장은 현재 안방생명보험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뤠젠룽 공동대표나 짱커 부사장 역시 안방보험에서 임원직을 맡아왔다. 짜오홍 ABL생명 이사회 의장과 왕루이 부사장도 안방보험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로이 구오 부사장 역시 안방보험 캐나다 자회사 이사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들은 오는 3월부터 차례로 임기 만료를 맞이한다.
임원 교체 외에 대주주 지원 가능성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향후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 등 건전성 규제 강화 정책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최근까지 안방보험은 동양‧ABL생명에 두세 차례 증자를 단행해왔다.
그러나 중국 금융당국 산하에서는 이 같이 대주주의 지원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 전 회장은 M&A를 통해 중국 권력층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가 예고된 상황이라 중국 내 자본을 국내 보험사에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우 전 회장이 중국에서 기소된 이후 실형이 확정되더라도 당장 매물로 나올 필요가 없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지난 2016년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주주가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금융관련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 금융사 지분을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받거나 혹은 지분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받게 된다.
한편, 국내 금융감독원은 안방보험의 최다 출자자가 우 전 회장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우 전 회장이 벌금형 이상의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이나 ABL생명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