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꽃을 촬영하며 느낀 것은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내가 아직 뜨겁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뜨거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해준 돈곷에 감사합니다."
배우 장혁(42)이 MBC 주말드라마 '돈꽃' 종영 후 아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돈꽃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장혁은 '돈꽃'의 호평 요인에 "작가의 글과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를 꼽으며 "좋은 글과 감독의 디렉션이 토대가 되고, 쟁쟁한 배우들이 많았죠. 이순재 선생님, 이미숙 선배님 등 좋은 선배들의 뜨거움 아래에서 같이 할 것들이 많았고 재미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습니다"고 전했다.
드라마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장혁은 청아가의 실제 장손이지만 정체를 숨긴 채 말란(이미숙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아온 강필주로 분해 극을 이끌었다. 출생의 비밀과 살인 교사, 복수 등 기존 주말극에서도 흔히 보아오던 자극적인 소재들이 있지만 '돈꽃'은 탄탄한 짜임새와 쫄깃한 반전 전개 등으로 호평 받았다. 배우들의 열연도 더해졌다. 장혁 역시 드라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혁은 "작품이 시청자에게 의도한 부분에 대해서 좋게 평가받아 배우 입장에서 기분이 좋습니다. 관심 속에 잘 끝났고, 의미도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돈꽃은 50부작이 기본인 기존 주말드라마와 16부작 평일 미니시리즈의 중간의 분량으로 드라마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주말드라마와 미니시리즈의 장점을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또 MBC 최초로 토요일 2회 편성으로 오랜 시간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에 잡아두기 위해 빠른 전개와 영화적인 요소 등도 결합했다.
새로운 시도가 통한 걸까. ‘돈꽃’은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3%(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돈꽃’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한 끝에 23.9%의 높은 수치로 마무리됐다.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2011년 SBS ‘마이더스’를 했을 때는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캐릭터는 참 좋았는데, 그 캐릭터가 사건에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인물을 표현하면서 채우지 못한 여백들이 많았죠. ‘돈꽃’에서도 캐릭터의 여백을 다 채웠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어요. 하지만 캐릭터가 사건을 끌고 갔다는 것에 만족해요. 강필주의 복수 그 자체가 아니라 복수의 이면에 있는 무언가를 그렸잖아요. 강필주는 언제든 복수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왜 복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 표현할 여지가 많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 점들이 드라마에서 잘 표현됐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남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그는 "막장이라는 게 뭘까요? 출생의 비밀, 복수, 불륜 등 막장요소가 있으면 막장이라고 한다면 영화 '스타워즈' '블레이드러너' 등도 막장이라고 볼 수 있겠죠. 우리가 스타워즈를 막장이라고 칭하지 않는 이유는 영화의 스토리안에서 그런 요소들을 인정하고 보기 때문입니다"라며 "단순히 스토리의 요소로 막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면 막장이라고 불리지 않을 거에요. 저를 포함해 돈꽃 제작진들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고 설명했다.
처음 장혁이 '돈꽃'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가 왜 주말드라마를 선택했는지 의아해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왜 주말드라마를 하냐고 하더라고요. 주말극을 미니시리즈와 제작비도 다르고 또 제작 자체도 다르다고요. 하지만 저는 이 작품 자체가 하고 싶었어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죠. '마이더스'를 찍으면서 이런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주말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돈꽃'을 하고 싶었고 '돈꽃'이 주말극으로 편성 받은거죠. 작품만 좋다면 주말이든 미니든 형태는 상관없었어요."
이어 "무엇보다 '돈꽃'은 대본이 흘리는 것이 없어요. 1회에 나온 인물이 마지막회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서 '작가님은 다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느꼈죠. 대사 안에서도 암시를 다 깔고 갔어요. 탄탄한 대본을 만나서 좋았죠"라고 덧붙였다.
지난 1997년 SBS 드라마 '모델'로 데뷔한 장혁은 벌써 데뷔 21년차가 됐다.
“제가 20년을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미숙 선배는 40년, 이순재 선생님은 60년을 버티신 분들이에요. 그것만으로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SBS는 왜 생겼고, TBS는 어떻게 됐고, 연기는 누가 어떤 방향으로 해서 이렇게 온 건지에 대한 얘기도 해주셨죠.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지금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어떻게 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유지하고 계신 것만으로도 존경스러웠어요. 누구든 세월이 지나면 다른 색깔로 갈 수 있는데, 계속 유지한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장혁은 본인이 선배들로부터 받은 것들을 전해주고 싶어 박세영, 장승조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저는 90년대 중반 단관 개봉관 시절에 데뷔했죠. 밀레니엄 전과 후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제가 데뷔했던 시절엔 지금처럼 인터넷도 활발하지 않았고 SNS도 없었어요. 현장에서 선배들의 조언이나 디렉션이 지금보다 더 중요했죠. 제가 받은 경험들을 전해주고 싶었고 승조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세영씨는 학구적이에요. 가르쳐준 것들을 학습하고 다음번에 써먹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 모습들이 더 발전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요."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진중함이 묻어나는 배우,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는 장혁은 평소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그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지 않네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순재 선생님이나 이미숙 선배님께 전해들은 그 시절의 이야기 같은 부분들이 책보다 더 귀한 가르침이죠. 대본 리딩보다 현장에서 그렇게 선배님들과 부딪히며 배우는 순간들이 더 소중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20년을 배우로 살았지만 아직도 해보고 싶은 역할은 많다고 한다.
"아직도 매력적인 역할들이 많죠. 해보지 못한 역도 많구요. 나이를 먹으면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잖아요? 그런 역할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습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요? 톰 크루즈나 말론 브란도에게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것처럼 그냥 그 이름 그대로인 배우가 되고싶어요. 장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런 이미지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10년이 지난 후에는 그 시간만큼 아우라가 쌓여있겠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시간이 주는 관록이 멋진 그런 배우로 남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