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태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워크아웃, 법정관리(회생절차)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절차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 부장판사는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 그간의 성과와 평가' 공청회에서 "회생절차를 늦게 밟는 기업들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은 기촉법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촉법을 관치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특정 기업의 인사나 대출에 개입하는 것은 관치지만, 위기 발생 시 기간산업이나 고용파급 효과가 큰 사업을 지원할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을 모두 관리차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또 정부의 개입보다 채권단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기촉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민병조 IBK기업은행 기업개선부장은 "기촉법을 상시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좋겠다"며 "기촉법에 의한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간 평균 500개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약정 비율은 2016년 20%에서 지난해 36%로 늘었다는 것이다.
임승태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도 "프리패키지드플랜(P-Plan)은 기촉법이랑 연계돼야 고유한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며 "자본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 만큼 민간(자율)과 법원 간 빈 공간을 기촉법을 활용해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등 해외 여러 나라들처럼 하이브리드 절차가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이브리드 절차는 법원과 민간 자본시장의 새로운 결합을 의미한다.
심 부장판사는 "오랜 워크아웃 끝에 회생절차로 넘어간 기업들을 보면 가치가 다 훼손된 상태여서 되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신규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이브리드 절차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만 기촉법이 시장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2016년 기촉법 5차 개정 당시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주체가 종전 채권자에서 기업으로 바꼈는데, 사실상 스스로 수술대에 오르려는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한계기업이 많아지고, 자본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점도 꼽았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사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촉법을 유지하되 M&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어떻게든 살리려는 것보다 제값을 주고 팔아 시장 전체를 살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