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0.43% 올랐다. 이달 11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0.575%)과 18일 기준(0.53%)보다는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작년 7월 중순(27일) 0.57%를 제외하곤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지속적인 가격 상승세를 결정하는 지표인 거래량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아파트 거래량은 30일(신고일 기준) 현재 8556건이나 된다. 1월 한 달간 거래량은 9000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8월(1만4686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또한 서울시가 거래량을 집계한 2006년 이후 1월 거래량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직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5년으로 6823건 수준이었다.
매물보다 수요가 많아 시장에 출시되는 매물은 빠르게 팔려나간다.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선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나오기 무섭게 몇 시간 안에 계약이 체결된다"고 말한다. 정부의 규제로 투기 수요가 줄긴 했지만 서울 요지를 향한 실수요는 여전히 많고, 그에 비해 해당 지역의 공급은 과거보다 더 많이 줄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대출규제와 세금 등 규제에 따른 부담이 적고 덜 민감한 '부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기 위해 선별적·집중형 투자를 하고 있고, 그 대상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추가 규제 시그널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대출규제를 해봐야 부자들은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금이 비축돼 있고, 세금 부담 역시 며칠 새 집값이 1억원씩 오르는 상황에서 무서울 리 없다.
오히려 떠들썩한 정부 규제로 인해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송파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전해듣고 있는 통에 지방 자산가들도 강남 아파트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일각에서 나오는 "규제만 하다가는 강남 집값이 3.3㎡당 1억원씩 가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의견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강남 집값은 역대 정부마다 이슈가 됐다. 이 때문에 오르면 규제하고 내리면 해제하는 정책 변동성이 반복됐다. 그래서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주택시장을 그냥 놔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견에 귀기울일 만하다. 강남과 서울 집값이 당분간 더 상승할 수 있겠지만 시장이 소화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상승하면 결국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 아닌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시장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 수 있다.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는 데 많은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강남에 몰린 수요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른 지역의 인프라 개선에 노력을 쏟아야 한다.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와 더 많은 서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