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인도 뭄바이 빈민가 출신 고아 소년이 2000만 루피라는 거액의 상금이 걸린 TV 퀴즈쇼에 출전해 모든 문제를 맞히고 상금을 거머쥐는 스토리다. 새해 들어 중국인들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주인공을 꿈꾸며 생방송 퀴즈쇼에 열광하고 있다. 단, TV가 아닌 인터넷 생방송 앱을 통해서다.
모바일 동영상앱을 통한 생방송 퀴즈쇼를 중국에서 ‘즈보다티(直播答題)’라 부른다. 생방송으로 문제를 맞춘다는 뜻이다. 참여 방식은 간단하다. 생방송 퀴즈 모바일앱을 깔고 사회자가 실시간으로 내는 12개 문제를 푸는 것이다. 한 문제당 10초의 시간이 주어지며, 시간이 초과되면 그대로 ‘아웃’이다. 마지막까지 12개 문제를 모두 맞춰 살아남은 참가자들이 상금을 나눠 가지게 된다.
그는 “매일 상금을 걸겠다. 오늘 저녁 9시 10만 위안(약 1600만원)의 상금을 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면 충딩다후이 앱을 깔아 참여하라. 퀴즈 12개를 맞추면 돈은 당신 것이다”라고 선전했다.
이날 저녁 9시 25만명이 퀴즈쇼에 참가했고, 10만 위안의 상금은 답을 맞춘 1929명에게 나눠 돌아갔다. 1인당 51.84위안을 딴 셈이다.
이어 다른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들도 줄줄이 퀴즈쇼 앱을 출시했다. 중국 인터넷 생방송 앱인 잉커(映客)의 ‘즈스차오런(芝士超人)’, 진르터우탸(今日頭條) 산하 인터넷 생방송 채널 시과스핀(西瓜視頻)의 ‘바이완잉슝(百萬英雄)’, 또 다른 인터넷 생방송 앱 화지아오(花椒)의 ‘바이완잉자(百萬贏家)’등이 대표적이다.
앱을 다운로드하는 이용자들도 급증했다. 중국 빅데이터 서비스업체 지광(極光)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충딩다후이와 즈스차오런 앱 다운로드 횟수는 각각 564만5100, 209만5600건에 달했다.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은 지난 2016년 중국 내 왕훙 열풍 속에 최고 호황기를 누렸으나 지난 해 부터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때 1000여개에 달했던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들 중 살아남은 곳은 현재 100개도 채 안 된다. 즈보다티 열풍은 그야말로 침체된 인터넷 생방송 업계에 ‘가뭄의 단비’가 된 셈이다.
즈보다티 상금도 점점 불었다. 처음엔 10만 위안에서 시작했는데 50만 위안, 100만 위안, 심지어 500만 위안까지 치솟았다. 향후 1000만 위안 상금이 걸리는 건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판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탄생했다. 지난 11일 광저우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바이완잉자 생방송 퀴즈쇼에서 100만명에 가까운 경쟁자를 물리치고 103만 위안의 상금을 딴 것. 이는 즈보다티 사상 최고 상금액으로 기록됐다.
즈보다티를 통해 동원되는 인터넷 트래픽에 기업들도 주목하면서 최근엔 기업 협찬을 통한 퀴즈쇼가 주를 이루고 있다. 베이징청년보는 중국 4대 생방송 퀴즈쇼앱인 바이완잉자, 바이완잉슝, 충딩다후이, 즈런차오런에서 16일 하루에만 모두 31차례 생방송 퀴즈쇼가 진행됐으며, 이중 30%가 광고 협찬에 의해 진행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기업 광고 협찬의 생방송 퀴즈쇼에서는 12개 문제 중 두 서너개가 기업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채워진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광고 마케팅 효과를 내는 셈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즈보다티를 통해 일반인들은 지식을 쌓고 기업들은 트래픽을 얻는 등 사회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즈보다티의 열풍 뒤에는 그림자도 있다. 너도 나도 똑같은 방식의 생방송 퀴즈쇼를 진행하면서 동질화 현상이 심각하고, 돈(상금)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충성도가 낮은 등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기업들이 상금액을 높일수록 '출혈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실제로 퀴즈 문제 유출, 퀴즈 치팅 프로그램 등장, 상금 전달의 불투명성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