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이 본격 시행되면서, 오는 2월 설 대목을 노리는 유통업계의 발길이 빨라지고 있다.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 ·축 ·수산물(원물 50% 함유된 가공식품 포함)에 한해 10만원 이하 선물이 허용되면서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전년 대비 농축수산물 세트 구색을 대폭 늘렸다.
롯데마트도 10만원 이하 명절 선물세트를 강화했다. 특히 과일 선물세트는 지난해 설보다 10∼20%가량 품목과 물량을 더 준비했다. 대표 상품은 ‘천하제일 귀하게 자란 큰 배(9입)’ ‘천하제일 귀하게 자란 큰 사과(12입)’로 각 9만9000원에 처음 출시했다.
홈플러스도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5만~10만원대 농축수산물 세트를 전년 21종에서 이번 31종으로 늘렸다. 대표 상품은 ‘귀한 천(千) 배세트(9입/카드할인가 7만9000원)’, ‘농협 안심한우 건버섯 품은 정육 냉동세트(카드할인가 7만9800원)’ 등을 내놨다.
롯데백화점도 설 선물 사전 예약판매 행사에서 10만원 이하 상품 비중을 지난 설( 46.5%) 보다 이번 설에 65%로 대폭 늘렸다. 특히 10만원 이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의 품목 수를 올해 30개 품목에서 올해 57개 품목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대표 상품은 ‘한우 보신세트(9만8000원’, ‘영동곶감 2호세트(7만원)’, ‘천년홈다랑 굴비마을세트(10만원)’ 등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청탁금지법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진행된 설 예약판매 매출을 살펴본 결과, 10일 현재 전년 설 대비 10.4%로 두 자릿수 신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품목별로 △축산(한우, 24.0%) △수산(5.0%) △농산(21.7%) 장르가 크게 신장한 반면 건강·차(-5.4%)와 주류(-5.8%)는 전년 설보다 매출이 낮았다. 가격대별로도 청탁금지법 개정 영향으로 5만원 이하 보다 국내산 농축수산물 비중이 높은 5~10만원 이하 가격대 선물군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신세계는 설이 임박하면 10만원 이하 선물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보고 △제주 한라봉 세트(6만8000원) △바다향 갈치(9만5000원) △자연을 담은 멸치티백 세트(5만 6000원) 등 10만원 이하 국내산 선물 15개 품목을 새로 출시했다.
현대백화점은 10만원짜리 한우를 5년만에 다시 선보이는가 하면, 10만원 이하 농·수·축산물 선물세트 종류를 지난해 설보다 50% 가량 늘려 판매한다. 특히 5만~10만원대 선물세트는 지난해 설(29종)보다 두 배 이상 늘린 60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선진 신세계 식품생활담당 상무는 “청탁금지법 개정 이후 첫 명절인 이번 설 예약판매에서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5만원 이하 선물은 다소 주춤한 반면 국내산 중심의 10만원대 선물이 고신장세”라며 “설 선물 트렌드를 반영해 10만원대 국내산 중심의 선물 품목과 물량을 늘려 설 기간 선물을 준비하는 고객 수요를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