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두산중공업 매각後 (주)두산·인프라코어·밥캣에 집중할 듯

2018-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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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3월 23일 두산중공업이 경북 울진에 건설 중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2호기에 원자로가 입고되는 모습. [사진 제공= 연합뉴스]


두산그룹은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두산중공업을 매각한 뒤 (주)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새롭게 재편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공업 중심이던 그룹의 무게 축이 연료전지와 같은 신수종 사업 등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일까지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적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입금 부담 줄여 신수종 사업에 전력투구
두산그룹은 2001년과 2003년, 2005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차례로 인수하며 인프라 중심 회사로 변모했다. 회사의 시그니처(특징)가 두산중공업으로 대변되는 '중후장대' 기업으로 각인된 이유다.

두산그룹은 이번에 두산중공업을 매각해 실적 전망이 밝은 (주)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동시에 줄어든 차입금 부담을 신수종 사업에 전력투구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주사인 (주)두산은 자체사업인 전자, 모트롤, 연료전지 등 부문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전자는 전자제품의 필수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삼성전자, 애플 등에 공급하고 있다. 갤럭시노트8이나 아이폰X 등 새 기기가 나올 때마다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또 지난 2014년 진출한 연료전지는 2016년 누적 수주 1조원을 넘기는 등 회사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5월에는 전북 익산에 총 63MW 규모의 국내 최대 연료전지 생산기지를 준공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23년까지 발전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30년까지 28%까지 확대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강화키로 하면서 대형 연료전지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도 높아졌다.

두산인프라코어와 자회사인 두산밥캣도 마찬가지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건설기계 판매량이 늘고 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주력 시장인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점유율이 지난해 11월 기준 8.3%로 직전연도 7.4%보다 0.9%포인트 늘었다. 신흥국 영업망 확보 비중도 2012년 82% 수준에서 2016년 93%까지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3분기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845억원, 1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36%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권성회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일대일로, 슝안지구 개발 등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의 점유율과 매출 비중을 감안할 때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기대감이 크다"고 짚었다.

◆두산重 매각해도 그룹 지배구조엔 변화 없어
두산중공업 매각이 추진되는 배경 중 하나로 복잡하지 않은 두산그룹 총수일가의 지분구조도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36.82%를 쥐고 있는 (주)두산이다. 두산그룹 총수 일가 가운데는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과 박정원 현 회장만이 각각 지분 0.1%씩만 갖고 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36.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총수 일가는 단 한 주도 쥐고 있지 않다.

때문에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발전플랜트 부문을 분할해 매각해도 (주)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게 된다.

사모펀드(PEF) 업계 고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발전플랜트의 경우 정부의 측면 지원이 약화하면서 향후 해외 원전수주 등에서 어려워질 것"이라며 "두산그룹이 수익성이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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