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평창 올림픽은 세계 최초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상현실(VR/AR), 드론, 로봇, 자율주행차 등 최첨단 ‘ICT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점이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돌이켜 보면, 올림픽 역사는 ICT 기술의 역사이기도 했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시작된 올림픽은 오로지 경기장에 간 소수의 참관객만이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공간의 제약 없이 올림픽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보는’ 올림픽의 역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TV 생중계’를 통해 시작되었다. 이후,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 이르러서야 ‘모바일 생중계’가 구현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방송사가 편집하여 전달하는 화면을 ‘수동적으로 보는’ 데 만족해야 했던 지난 80여 년의 세월을 지나, 비로소 세계 최초 ‘VR 생중계’를 통해 실제 경기장에 가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는 몰입적 올림픽이 가능해진 것이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5G 네트워크와 ‘초실감’ 가상현실 기술이 결합되면, VR 생중계뿐 아니라 시청자가 시점과 각도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다양한 체험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러한 체험형 서비스가 ‘싱크뷰’나 ‘타임슬라이스,’ ‘옴니포인트뷰’ 등 다양한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구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마치 자신이 선수가 되어 봅슬레이를 탄 것처럼 시속 140km의 짜릿한 속도감을 그대로 느낄 수도 있고,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트리플악셀을 뛰는 순간에 시간을 멈춰 좌우로 천천히 돌려볼 수도 있다. 또한, 흩어져 달리는 여러 크로스컨트리 선수들 중 내가 응원하는 선수만 콕 찍어 따라 다니며, 실시간 위치와 기록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필자는 평창 올림픽이 전세계 수십억 사람들에게 가상현실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그 동안 미진했던 가상현실 대중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올림픽 역사뿐 아니라 미디어 역사의 새 장을 여는 이번 평창 올림픽에 거는 국내외 가상현실 산업계의 기대가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창 올림픽이 17일 간의 성공적인 축제로만 끝나지 않고, 그 다음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즉, 세계 최초 VR 생중계와 5G 가상현실 서비스를 통해 정작 우리가 얻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5G 네트워크라는 좋은 환경과 전세계 수십억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이대로 흘려 보내서는 안 된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가상현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요소기술 투자와 블록버스터 콘텐츠 육성을 본격화 해야 한다. 올림픽을 통해 점화된 가상현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있어야만 시장 자체가 활성화 되고 생태계 선순환이 조성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이 우리나라의 뒤쳐진 가상현실 경쟁력을 단시간에 따라잡고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가상현실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