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4차 산업혁명과 가상 현실

2017-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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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한국VR산업협회장

[윤경림 한국VR산업협회장] 

영화 ‘아이언맨(Iron Man)’ 시리즈의 백미는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최첨단 아이언맨 수트다. 지난 달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도 아이언맨이 새롭게 만들어 준 스파이더맨 수트에 큰 관심이 몰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수트를 제작하는 곳이 수백명의 직원이 있는 공장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집사 ‘자비스’만 있는 자택의 작업실이라는 점이다.

자비스는 아이언맨 수트를 설계하는 것부터, 부품제작, 조립, 파일럿 테스트, 결함 보완, 완제품 이후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등 전 과정을 도와준다.

여기서 주인공과 자비스의 소통과 협업은 주로 가상현실(AR/VR)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상현실이 인공지능과 사람 간의 대화공간이 되고, 작업실과 공장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러한 일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우리 곁에 다가왔다. 과거 제조라인 별 대량생산을 하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핵심 장비의 가상 복제품을 만들고 AI와 결합하여 생산 공정 자체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와 함께 산업 IoT, 빅데이터, 센서 등 관련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만들고 있는 기적이다.

3차와 4차 산업혁명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다. AI가 분석하고 처리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인간이 실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컨텐츠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실감형 인터페이스가 필수적이다. 즉, 컴퓨터나 모바일 스크린의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지털 정보를 AI와 사람이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소통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가상현실이 바로 그 해답이다.

아직도 가상현실하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세계를 휩쓴 포켓몬고의 인기와 테마파크에 늘어선 VR 어트랙션의 잔상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현실의 본질적 의미와 가능성은 ‘가상과 실체(實體) 간 연결성’에 있다. Google, Apple, Facebook, Microsoft 등 굴지의 기업들이 가상현실에 천문학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도,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가상현실의 가치와 가능성을 내다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향후 5년 내 가상현실의 시장 규모가 170조 규모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교육, 의료, 쇼핑, 여행, 부동산, 광고, 게임, 레저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및 산업 전반의 생산과정에 이르기까지 AI의 적용범위가 무궁무진 하듯, 가상현실 또한 그러하다. 바늘 가는 데 실이 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일례로, 최근 GE 등 산업 IoT 관련 기업들은 값비싼 산업 자산에 대한 디지털 복제품을 만들어 관리하는 가상현실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실물 자산에 대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만들고 AI를 적용하는 것인데, 아이언맨 수트처럼 제품개발 및 관리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까다로운 공정이 요구되는 군수, 항공, 에너지, 자동차 등 고부가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상현실을 통한 AI와의 긴밀한 협업은 많은 분야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과 같은 산업용 가상현실 서비스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혁신시킬 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산 과정 자체를 완전히 바꿀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ICT 강국이다. ‘초고속 ∙ 초저지연 ∙ 초연결’로 정의되는 5G 네트워크를 테스트베드로 최대한 활용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글로벌 가상현실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가상현실은 AI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다. 일상 생활은 물론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가상현실의 가치를 재조명 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산업과 정부 모두 발벗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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