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형 미디어로 알려진 가상현실 기술이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의료∙교육∙여행∙쇼핑∙부동산∙광고∙SNS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상현실을 통한 입체적이고 생생한 소비자 경험은 모든 산업 영역에서 고객가치 향상을 위한 공통 요소가 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 및 콘텐츠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상현실에 천문학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블록버스터 콘텐츠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포켓몬스터, 슈퍼마리오 등 기존 인기 게임을 활용한 대규모 VR 테마파크가 큰 인기를 모으며 대중성을 갖춘 문화시설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가상현실에 꼭 필요한 ‘초고속∙초저지연’의 5G 네트워크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 ICT 강국이지만, 아직도 가상현실 산업은 캐즘(Chasm: 틈, 단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VR을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70%에 달하고, 기술과 콘텐츠 경쟁력 역시 미국의 3분의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당면한 많은 이슈를 해결하고 뒤처진 가상현실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선 무엇부터 해야 할까? 필자는 그 답을 소비자가 VR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즉 VR방의 확산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높은 인구 밀집도와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 일단 캐즘만 넘으면 무서운 확산 속도를 보인다. 필자는 VR방 1000개가 바로 그 캐즘을 넘는 티핑 포인트라고 본다.
과거 1990년대 후반 PC방의 확산이 가져온 경제적 효과를 생각해 보면, 최소한의 VR 체험 인프라 조성이 선순환 고리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1998년 1000여개로 시작해 3년 만에 전국 2만여곳으로 빠르게 확산된 PC방은 일반 대중에게 생소하던 초고속인터넷을 처음 체험하는 공간이자, 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PC방의 확산은 굴지의 유무선 게임 제작사를 다수 배출했을 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을 집에서도 즐기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시장 수요를 창출하여 우리나라가 지금의 ICT 강국이 되는 데 기여한 바 크다.
지금 50여개에 불과한 VR방을 단시간에 1000개 수준으로 확대하려면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이슈를 해결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법률·규제 측면에서 VR방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보는 별도의 산업분류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게임산업진흥법에 묶여서는 VR방의 출점 지역 제한이나 등급심의 등으로 인해 소비자의 접근성 확대가 요원할 수 있다.
산업 육성 측면에서는 고가의 VR 장비로 인한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초기 투자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금융 지원이나 관련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 지원금 마련 등이 고려될 수 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과감한 정책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