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인스타)팔로어 3만명이 넘는 셀럽인데다 평소 그의 일상을 엿보면서 패션 감각을 동경했기에 거액을 보내면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패딩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배송준비중’인 상태다. 김씨는 “돈을 입금하기 전에는 바로 배송이 가능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물건이 없다’며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만 한다”며 “환불도 안되고, 배송을 재촉하면 오히려 판매자가 화를 내 끙끙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켓을 통해 물건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월평균 이용객이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주요 SNS 마켓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간단한 사진으로 물건 홍보를 대체할 수 있고, 구매자들은 평소 지켜보던 셀럽이 파는 물건인 만큼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SNS 마켓의 특징은 온라인 영향력이 강한 유명인들이 공동구매 형식으로 장터를 열면 블로그 이웃·팔로어들이 비밀 댓글로 가격을 물어본 뒤 판매자 계좌로 현금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현금거래로 이뤄지는데 카드를 간혹 받는 곳도 있지만 구매자가 3~10%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인스타 팔로어 7만명을 보유한 김모씨(29)가 “단골 에스테틱(피부관리숍)에서 저한테 푼 물량을 이웃님들께만 특가로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올리자 반나절만에 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그는 “게시글을 올린지 3시간만에 준비한 물량 2000개가 소진됐다”고 말했다. 해당 글은 지워졌지만 그가 판매한 화장품 단가가 개당 3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시간 동안 올린 매출은 6000만원이다.
문제는 SNS 마켓 규모가 커질수록 피해 규모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SNS 특성상 비주얼이 중심이 되다보니 막상 물건을 받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개인간 계좌거래로 이뤄지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기록을 확인하거나 배송상태를 추적하는 게 불가능하다. 환불·반품·현금영수증 발행 등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곳도 많다.
실제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SNS 전자상거래 피해 사례를 분석했더니 계약취소·반품·환불 등의 피해가 64%로 가장 많았고, 배송지연 12%, 운영중단·연락두절·사이트 폐쇄 등이 11%로 뒤를 이었다. 제품불량 7%, 계약변경 4%, 서비스 및 정보확인요청 1% 등의 불만도 있었다.
의류·신발·잡화·화장품 등에 한정되던 취급품목도 최근 건강기능식품·전자기기·식품·명품·보석·의료제품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명품, 보석류 등 고가의 제품을 SNS로 구매한 경우 ‘가품’이더라도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검증받지 않은 판매자가 건강기능식품, 조리된 식품, 의료제품 등을 파는 것도 불법이다.
탈세 규모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 마켓을 운영했던 전직 판매자는 “마켓을 월 2회만 열어도 수억원씩 버는 대형 판매자들이 대부분 간이과세자로 등록해 놓고 영업을 한다”며 “유명 마켓 운영자만 골라 국세청에 제보하는 ‘꾼’들 때문에 공구가 끝나면 게시물을 지우는 사업자가 많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과세당국에서는 이들의 정확한 세금 추적이 어렵다. 특히 ‘00직구’, st 등 가품, 불법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인터넷 주소를 수시로 바꿔 단속도 어렵다.
소비자들은 마켓 운영자들이 소비자의 피해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련 피해가 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은 SNS마켓 소비자 피해구제신청을 대행하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은 문제가 생겨도 이를 고발할 창구가 없다. 특히 스스로 '팬'을 자처하는 구매자들은 문제가 생겨도 그냥 참거나 홀로 속앓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NS 마켓을 자주 이용하는 하모씨(32)는 “현금영수증 미발행, 비싼 택배비 부담, 카드수수료까지 물어가며 구매하는 게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이들의 일상을 엿보면 자연스럽게 친밀감과 팬심이 생겨난다”며 “‘랜선우정’의 마음으로 구매하는 만큼 마켓 사업자들이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