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호시탐탐 노리던 시기다. 약소국들은 내우외환(內優外患)에 시달렸다.
특히 전국시대에는 ‘전국칠웅’이라는 강대한 국가가 생기고, 이 중 ‘초나라’와 ‘진나라’는 초강대국으로 불렸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시작으로, 기존의 다자 간 무역체제를 양자 간 무역협정으로 전환하는 등 독자생존의 길에 들어섰다.
중국은 세계질서의 혼란을 틈타 자국의 패권을 확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내세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드 배치에 따른 대(對) 한국 경제 보복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영토분쟁 △베트남 등 주변국과의 메콩강분쟁 등을 통해 보면 이면은 자국이익의 확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이 자국이익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통상 및 외교, 안보분야 등에서 대립하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먹이사슬 속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신년인사회를 통해 중견국으로서의 위상에 대해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강대국의 주변부처럼 바라보면서 왜소하게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강한 중견국가로서 주체적이고 당당해질 때가 됐다고 느낀다”며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우리 경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으로 세계 6위의 수출 대국으로 발돋움하며 3%대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G2 사이에서 어려운 한 해를 보냈지만, 그속에서도 경제적으로 놀랄 만한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다.
미국 내 아시아 커뮤니티인 아시아타임스는 한국을 동북아시아 세력균형의 파워풀한 중견국으로 꼽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성숙한 정치외교에 대한 해법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중견국의 선두 국가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국이란 초강대국이나 강대국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법 크거나 혹은 일정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를 의미한다. 현재 45개국가량 이 여기에 포함된다.
중견국 중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내에서 다양한 의제 설정을 주도하며 중추국 역할을 하고 있다.
아셈 내 참여 국가들은 경제 규모나 인구 규모 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양극적 질서가 융합될 수 있도록 중심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믹타(MIKTA)도 새로운 세계질서를 리드할 수 있는 잠재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믹타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터키 △오스트레일리아가 참여해 만든 국가협의체다. 인구 규모나 영토 면에서 각각 차이가 크지만, 모든 회원국이 G20 회원국이자 각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춘 지역강국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 신북방정책과 함께 중견국 연합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리더십을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