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호형이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에서도 알맹이다. 사모펀드라는 게 나오니 더 어렵게 들릴 수는 있겠다. 글로벌앤드어소시에이츠(G&A)는 사모펀드다. LS네트웍스는 여기에 가장 많이 출자했다. 지분율이 99%에 가깝다. 나머지 1%가량을 G&A 프라이빗에쿼티(PE)라는 곳이 가지고 있다. 다시 사모펀드 G&A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주식을 85%가량 가진 지배주주다. 이렇다면 이베스트투자증권 또는 사모펀드 경영권을 LS네트웍스가 쥐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경영권을 가진 쪽은 G&A PE다.
근거는 자본시장법에서 찾을 수 있다. 자본시장법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을 LS그룹 계열사로 보지 않는다. 법은 똑같이 사모펀드에 돈을 넣었더라도 무한책임사원(GP)과 유한책임사원(LP)을 나눈다. 경영권은 무한책임사원에 있고, 유한책임사원은 돈만 대면 그만이다. 무한책임사원을 더 익숙한 말로 바꾸면 사모펀드를 전문적으로 굴리는 자산운용사다. G&A PE도 여기에 해당한다. 유한책임사원인 LS네트웍스는 자본이득만 챙길 뿐 경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도 이러는지는 알 수 없다. 돈을 댄 쪽이 큰소리치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임 사장을 과거 인연으로 영입했다"거나 "LS그룹이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안 팔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나윤택 전 LS자산운용 최고재무책임자가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오기도 했다. 인사나 기업 매각을 쥐락펴락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LS그룹 계열사가 이베스트투자증권에 주는 일감도 다른 증권사보다 많다. 해마다 발행하는 회사채 물량 가운데 절반 안팎을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맡기기도 했다.
G&A PE는 더 드러나게 사고를 쳤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5월 G&A PE를 중징계했다. G&A PE는 LP를 모으면서 수익률을 보장하고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불법인 유사수신행위를 저질렀다는 얘기다. LS네트웍스도 덩달아 혼났다. 당시 회사는 사모펀드에 출자하면서 맺은 옵션계약(매수·매도선택권)을 재무제표에서 빠뜨려 왔다고 밝혔다. 2011년까지 4년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바뀌었다. 상장사인 LS네트웍스가 투자자에게 혼란을 준 것이다.
결국 LS네트웍스를 뺀 나머지 LP 상당수가 사모펀드에서 떠났다. LS네트웍스가 2008년 처음 사모펀드에 출자했을 무렵 지분율은 72%밖에 안 됐다. 지분율은 2013년 75%로, 2015년에는 99%로 꾸준히 불어났다. 금감원이 징계를 내린 다음 벌어진 일이다. 더욱이 LS네트웍스가 얼마 전 내놓은 2018년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지분율은 100%로 늘었다. 회사는 이를 며칠 만에 다시 99%로 바로잡았다. 진짜 100%가 맞느냐라고 물은 다음 일어난 일이다.
LS네트웍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사를 팔아야 할 뻔했다. 사모펀드 지분을 100% 확보하는 순간 이베스트투자증권을 LS그룹에 편입해야 하고, 다시 5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단일 LP가 지분을 모두 가진 사모펀드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사모펀드 지분을 1% 남짓 가진 G&A PE가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LS네트웍스와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서로 '호부호자(呼父呼子)'할 수 없어 생기는 문제는 많다. 이베트스투자증권은 상호출자를 막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인 LS그룹 계열사로부터 아무런 규제 없이 일감을 받고 있다. 과거 동양그룹 사태 때에도 동양증권(현 유안타투자증권)이 말썽을 일으켰었다. 한국거래소가 이베스트투자증권에 관리종목 지정을 경고하기도 했다. 사모펀드가 지분을 85%가량 쥐고 있는 바람에 주식분산 기준을 어겼다.
"회사를 팔지 않고 키우겠다."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이 얼마 전 취임사에 담은 얘기다. 4000억원 남짓인 자기자본도 1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큰 증권사 주인이 실체를 알기 어려운, 1% 남짓 지분을 가진 페이퍼컴퍼니라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