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깜짝 발언’으로 기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인물입니다. 지난해 5월 ‘이마트의 중국 완전 철수’ 발언도 즉석에서 나왔고, 그해 8월 정 부회장은 연말에 또 한번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초 신세계는 ‘대기업 최초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을 선언했습니다. 2018년 첫날부터 하루 7시간 근무, 즉 출근 9시-퇴근 5시(9 to 5)를 시행키로 했습니다. 특히 근로시간이 줄었지만 ‘임금하락은 없다’는 설명에 유통업계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도 오후 5시 정시퇴근을 위해 오후 5시20분에 PC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오후 5시30분엔 아예 사무실 전체 소등을 합니다. 지속적인 연장근무자 발생부서에는 강력한 페널티도 부여하고요. 또 근로시간 단축 태스크포스(TF)를 상시 운영한다고 합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5시 정시 퇴근 방송을 시행하고 이마트24는 퇴근 후 카카오톡 업무지시를 금지시킨답니다. 여성 임직원이 많은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하고 9시를 넘기는 과도한 회식도 금지키로 했습니다.
직원들은 대체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에 근무중인 워킹맘 김유진(43·가명)씨는 “이제 시행 이틀째지만 1시간 일찍 퇴근하면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면서 “방과후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반겼습니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의 오영준(35·가명)씨도 “5시 퇴근후 중국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면서 “한시간 빨리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업무강도가 한층 세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이마트의 이모(38) 과장은 “오전 오후 집중 근무시간을 운영해 이 시간에는 아예 자리를 뜨지 못한다”면서 “담배 한대 피기도 눈치가 보이고 업무강도가 한층 세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주 35시간 근무제가 대기업 최초인 만큼 성공적 정착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일각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강도 강화, 실질임금 하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신세계의 첫 근로시간 단축 실험, 100일 혹은 1년 뒤엔 과연 어떤 성과를 낼 지 다시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