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소녀', 위안부 합의 속임수 보도에 "우린 다 알고 있던 일"

2017-12-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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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 합의 발표에, 피해 할머니들 "용서못한다, 열 나서 추운 줄도 모르겠다"

문 대통령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어"

"2015년 12월 28일 합의는 난 합의한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 합의는 무효다 하는 말이 있어야 돼요. 용서 못해요. 아이고, 마음도 아프고 전신이 아파요. 지금 화가 나가지고. 열이 나서 추운 줄 모르겠어요."

28일 아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떨리는 음성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타고 전국에 퍼졌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이 할머니를 슬프게 만든 것은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가 지난 2015년 12월 28일 맺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이하 위안부 합의)다.
27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TF)는 지난 5개월의 검토 결과 "위안부 합의에는 외교부 장관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문 대통령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어"

지난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를 배제하고 진행해 말이 많았다. 위안부 합의 발표 뒤 이면 합의 의혹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TF의 발표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TF가 발표한 비공개 합의 내용은 크게 네 개로 한국정부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을 노력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를 해결, '성노예'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공식 이름으로 사용, 제3국에 소녀상, 기림비 설치하는 것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28일 문재인 대통령도 이면 합의와 관련해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픕니다. 또한, 현실로 확인된 비공개 합의의 존재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힙니다."고 강조했다.

2007년 108명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한국 생존자는 현재 32명(여성가족부, 2017년 12월 19일 기준)이다. 생존 피해자 중 최고령은 101세이며 평균연령은 90세다. 고령으로 생존자가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2016년 뉴욕시청에서 기자회견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사진=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는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날부터 현재까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016년 3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뉴욕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위안부 피해자인데, 일본은 거짓말만 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결코 막을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피해자가 오히려 소외되고 이해하지 못할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의 위안부 피해자 고 리경생 할머니의 공개 증언은 그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여과 없이 들려줬다.

"한 처녀가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지. 너희 개 같은 놈들한테 이렇게 맨날 이 단련을 받겠나?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니까 일본군이 "어 좋다." 그다음에는 가마니를 하나 끌어다 놓고 졸병을 시켜서 "모가지 잘라라." 모가지 잘라 가마니에 넣고 ""팔 잘라라." 팔 잘라서 가마니에 넣고. "다리 잘라라." 다리 다 잘라 담고 몸뚱이도 그저 몇 토막을 쳐서 가마니에 다 주워 담는 것을 보고 그걸 보고는 처녀들이 다 악악 소리치고 그 자리에서 다 죽어 널브러졌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는 말로 표현 못 할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시간이 흘러 합의 테이블에 끼지도 못 하고 제대로 사과도 받지 못 한채 합의가 됐다는 소식만 들었다.

2015년 당시 일본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 위로금 10억엔(약 103억원)을 받는 것으로 위안부 합의가 나오자 국민 대다수는 10억엔에 나라 자존심을 팔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응이 격해지자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와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자국은 이미 10억엔을 냈다면서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반박하면서 공분을 샀다.

◆저것 우리가 다 알았던 일 아이가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TF 결과가 나오자 즉각 10억엔을 돌려주자는 반응이 다시 불거졌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28일 오전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뭐라고 표현하냐면 그 10억엔을 우리 핑계로 해서 받았다는 생각을 하면 역겹다는 표현을 하셨거든요. 우리의 이 마음의 상처를 돌리려면 그걸 빨리 돌려주라고 하셨습니다."라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말을 대신 전했다.
 

2014년 1월 14일 일본군'위안부'한국만화기획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김복동 할머니[사진=여성가족부]


이어 "92세 김복동 할머니(위안부 피해자)는 뉴스를 보시고 "저것 우리가 다 알았던 일 아이가. 정부는 몰라서 지금까지 저렇게 조사한다고 미적거리고 있었나. 다 알고 있었던 건데 저것 조사하느라고 이렇게 긴 시간을 했나"라고 탄식했다면서 "시간이 없다 보니까 옆에서 계속 같은 동료들이 사망하고 있고 본인들도 계속 몸의 소리를 듣고 있잖아요. 한 시간 한 시간 하루하루가 할머니들에게는 예사롭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별반 새로울 것도 없고 분통이 터진다. 그러시고 계세요."라고 안타까운 사연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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