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한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는 소방합동조사단은 27일 유족들이 제기해온 소방대의 ‘늑장 구조’ 의혹과 방화시설 공사의 적정성을 규명하는데 주력했다.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주인 이모씨(53)와 건물 관리인 김모씨(50)에 대한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이날 열렸다. 이들은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이런 사고가 나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울먹였다.
유가족 등은 소방당국의 늑장 출동과 초기 대응 미흡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 등은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2층 사우나의 내부 집기와 피해자 유품에서 발견된 물건 등이 깨끗하다는 점을 근거로 화염이 거세지 않았기 때문에 소방당국이 통유리를 깨고 신속히 구조에 나섰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이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백 드래프트(화재가 발생한 건물로 진입하기 위해 문을 열거나 창문을 부수면 산소가 갑자기 공급돼 불길이 크게 번지는 현상)를 우려해 창문을 부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는 2층에 시공된 통유리가 일반 유리보다 5배가량 강도가 센 강화유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강화유리는 성인 남성도 장비 없이는 깨기 어려울 만큼 단단하다. 연기에 갇혀 앞이 안보이는 상태의 여성들이 깨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유가족이 주장하고 있는 소방당국의 늑장 대응을 뒷받침하는 근거여서 앞으로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또 불이 난 건물이 소방시설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관련 방화시설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소방점검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변수남 단장은 "유가족과 언론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