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최근 대기업 신세계가 '주35시간 근무제' 도입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기업들이 술렁이고 있다. 가정생활을 우선시하는 월급쟁이들의 증가와 더불어, 근무 환경 혁신을 갈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겹치며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26일 통계청의 '2017 일·가정 양립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일과 가정 중 '일이 우선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2015년(53.7%)에 비해 올해 43.1%로 10.6%P 줄었다. 가정이 우선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P 증가한 13.9%였고, 일과 가정 비슷하게 중요하다는 응답도 8.5%P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들의 일·가정 양립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의 도입률 역시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인지도나 도입률이 높은 출산휴가제나 육아휴직제에 이어 최근에는 2015년 22.0%만이 도입하던 '유연근무제'를 올해는 15.1%p 증가한 37.1%의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업들도 적극 응답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다수의 기업들이 '워라밸'은 개인에게는 이득이나 기업에게는 손해라는 생각으로, 쉽사리 근무환경 혁신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는 2018년에 중·소규모 기업들의 경우 오히려 인력을 감축하면서도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안 찾기가 더 시급하다.
하지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일하기 좋은 환경을 평가한 '스마트워크 경영 조사' 발표에 따르면, 좋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 성적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0개 기업 중 26개사가 올해 순이익이 증가할것으로 예상했고, 상위 40개 기업 중 40%에 해당하는 17개사는 사상 최고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 것.
실례로, 일본 IT서비스 업체 SCSK는 월 8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근무를 사장의 결재를 거치도록 해,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4년 전보다 약 30% 줄었다. 그럼에도 2017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18% 늘고 순이익은 167억엔(약 1614억원)에서 284억엔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특징은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다양한 근로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였다는 것. 직원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경영이 높은 성장을 주도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국내에서 이처럼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의 성과도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존 근무환경의 틀을 깨고 있는 곳들은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대형 기업들보다는,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들이다. 이들은 '주35시간 근무', '단축근무' 등 근무제 혁신부터 '무한 휴가제도', '삼시세끼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워라밸'을 실천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오너의 의지가 중요한 곳이다. 의지만 있으면 새로운 기업문화 혁신을 빠르게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인재 확보와 육성은 기업의 대소를 불문한 경영 과제로, 스타트업들은 특히 기업 성장에 직결되는 인재를 끌어당길 만한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더욱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