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신시대 경제사상’을 전면에 앞세운 중국이 향후 3년간 경제정책의 초점을 금융위기 예방과 공급측 개혁 심화를 통한 질적 성장에 맞췄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목표로 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한다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하고 20일 폐막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부채와의 3년 전쟁' 선포
회의는 우선 내년부터 3년간 지방정부와 국유기업, 가계의 부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불법 자금조달을 예방하는등 금융 리스크를 막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는 그 동안 '부채와의 전쟁'을 선언한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그림자은행, 국유기업의 고 레버리지, 지방정부 부채, 불법 대출 등을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회색코뿔소'로 여겨왔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일컫는 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총부채 비율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7%까지 치솟았다. 2008년 141.3%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해 말 기업 부채 비율만 GDP 대비 166%에 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물론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은 잇달아 중국의 과도한 부채를 경고했다.
◆질적 성장에 '방점'
회의는 질적 경제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여덟 가지 과제도 제시했다. △공급 측 구조 개혁 심화 △시장 주체에 활력 주입 △농촌 진흥 전략 △지역 균형 발전 전략 △전면 개방 △민생 수준 개선 △임대 및 구매 병행의 주거 정책 구축 △생태 문명 건설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과잉생산 해소, 좀비기업 처리, 과학기술 혁신 강화, 전통산업의 고도화, 선두적 혁신기업 육성, 기업 감세 등을 중심으로 한 공급측 구조 개혁을 심화시키기로 했다.
또 국유기업 개혁, 국유기업내 당 지도력 강화, 민영기업 발전 지원, 시장 진입장벽 완화 등을 통해 각 시장 주체에 활력을 주입하기로 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서부대개발, 동북3성 등 노후공업기지 진흥, 중부굴기 추진 등을 통해 지역간 균형발전 전략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수입관세를 인하하고 수출을 확대하고 내국민 대우와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의 전면적 시행 등 전면적인 개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양로보험제도 완비, 의료개혁, 개인정보 보호, 보이스피싱 예방, 남녀차별 해소 등 민생 수준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명보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교육·의료·남녀차별· 보이스피싱 등과 같은 민생문제가 언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경제사상' 대두
회의에서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경제 사상'도 강조했다. 이는 시진핑 집권 2기 지도부가 출범한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제시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를 경제 분야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회의는 경제업무에 대한 당의 지도력 강화, 경제 발전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공급측 개혁, 중국 경제발전의 주요모순의 변화에 따른 거시적 통제조절 완비 등을 ‘시진핑 경제사상’으로 요약했다.
그러면서 "이 사상은 5년간 중국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이론적 결정체이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정치경제학의 최신 성과"라면서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매우 소중한 재산이기 때문에 반드시 장기적으로 견지하고 부단히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GDP에 연연하지 않아…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설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이번 회의에서 고도의 질적 성장을 강조한 만큼 경제성장률 수치에 연연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경보호나 민생개선, 금융리스크 해소 과정에서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 둔화하는 걸 용인할 것이란 이야기다. 실제로 앞서 지난 10월 대회 보고서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GDP 성장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속도보다는 질적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반영했다.
러우펑(娄峰) 중국사회과학원 경제분석실 주임도 중국 지도부가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보다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올해와 비슷한 6.5% 남짓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