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변호사와 함께하는 서민법률] 상속재산파산제도 분석

2017-12-05 10:07
  • 글자크기 설정

[사진 = 이진성 변호사]


[법과 정치]


1. 들어가며

무소유씨는 30대의 직장인으로, 고등학교 재학 당시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외할머니와 살았는데 외할머니가 얼마전 돌아가신 상태이다. 그런데 미혼인 외삼촌은 아무말 없이 외할머니에 대한 상속을 포기하였고, 무소유씨는 외할머니의 유일한 상속인이 되었다.

무소유씨는 외할머니의 상을 치른 후 외할머니의 재산을 정리하여 보니, 외할머니에게 재산은 없고 ▲▲은행 및 다수에게 빚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외삼촌처럼 상속포기를 할 것인지 고민했지만, 외할머니의 재산이 없다는 점과, 상속포기 보다는 한정승인이 다른 친족들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한정승인신청을 하기로 하고 법원에 신청하여 한정승인허가를 받아 상속문제를 정리하였다.

하지만 갑자기 00주택조합으로부터 무소유씨의 외증조부 소유의 토지가 있었고, 이 토지가 00조합에 의해 개발되게 되었으며, 외증조부의 유일한 상속인인 외할머니의 대습상속인 자격을 가진 무소유씨가 조합원으로 신청하지 않아 현금청산자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현금을 받고 토지소유권을 이전하라는 소장을 받고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이런 소송이 얼마나 제기될지 알지 못해 답답한 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속받을 재산보다 피상속인의 채무가 많을 때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제도를 통하여 법적인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상속재산의 파산이라는 제도에 대하여는 알고 있지 못하는 상태인 것 같다. 이제부터 상속재산의 파산제도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아보고 무소유씨가 직면한 문제를 상속재산을 파산시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2. 상속재산의 파산의 개관


가. 개념
상속재산의 파산이란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파산절차 신청 전에 사망한 경우, 파산한 채무자의 재산(상속재산)에 대하여 이루어지는 파산절차를 ‘상속재산의 파산’이라고 한다. 즉 사람에 대한 파산절차가 아닌 재산에 대한 파산절차를 말하는 것으로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분리하여 상속재산에 대하여 청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이하 ‘법’이라 함)
나. 신청권자
상속채권자, 유증을 받은 자, 상속인, 상속재산관리인 및 유언집행자는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 (법 제299조 제1항)

다. 파산의 원인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한 채무 총액이 상속재산에 속하는 적극재산 총액을 초과하는 경우 파산절차가 개시된다.

라. 신청기간 및 관할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3월 이내 또는 위 기간이 경과하여도 상속인이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하는 동안 상속개시지를 관할하는 회생법원에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신청을 할 수 있고,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한 후에도 한정승인 또는 재산분리에 기한 청산절차가 진행되는 중에는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법 제3조 제6항, 제300조)

마. 상속재산의 파산 효과
상속재산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는 때에는 파산선고 당시 상속재산에 속하는 모든 재산으로 파산재단이 성립되고,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에 의해 청산절차가 진행된다.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는 파산재단에 대해 파산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법상의 부인권 규정은 피상속인, 상속인, 상속재산관리인 및 유언집행자의 상속재산에 대한 행위에 준용된다.

3. 상속재산 파산의 장・단점 및 개선점

가. 장점
① 파산관재인에 의한 상속재산의 효과적인 환가 및 공평한 변제
상속재산의 파산 절차에는 파산 관재인이 존재하고, 채권자집회 및 채권조사기일을 개최하게 되며, 법의 규정에 따라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에게 우선순위에 따라 평등하게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법이 정한 부인권 규정을 통하여 편파방제를 방지하고 상속재산의 부당한 감소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다.

② 청산부담 해소 (상속인의 한정승인과 비교)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는 상속 또는 그와 같은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제도이다(민법 제1028조). 따라서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면 채권자 등에 대해 공고와 최고(상대편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독촉하는 통지를 하는 일)를 한 후 채권액을 확정하여 배당을 해야 하며 만약 그 과실로 후순위 채무를 먼저 변제해야 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있고, 상속채권자들이 제기하는 소송 및 집행 등에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반해, 상속재산파산은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에 의해 청산절차가 이루어짐으로써 상속인들이 채권자들에 대한 공고와 최고 의무도 없을 뿐 아니라 만에 하나 채무를 잘못 변제할 경우 져야 할 손해배상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자산규모가 크고 환가절차가 복잡한 경우, 상속채권자들이거나 권리관계가 복잡하여 배당이 어려운 경우, 상속채권자들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개별적인 집행을 하는 경우등에는 상속재산 파산절차를 통하여 청산하는 것이 상속인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③ 채권회수를 위한 절차 간소화 (채권자 관련)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중에 채무자가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어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들은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채권자는 후순위 상속인들을 찾아가며 소송수계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상속재산을 파산시키면 후순위 상속인들을 찾을 필요 없이 채권을 공평하고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나. 단점
① 비용부담
상속재산 파산의 경우 상속인 본인이 직접 하는 경우보다 변호사 또는 법무사를 통하여 진행하므로 법무비용이 들게 되고, 파산관재인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② 자료수집 및 제출과 절차진행
상속재산의 파산을 신청하여 개시가 되면 파산관재인이 한정승인의 경우보다 많은 자료를 요구 및 제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법원의 파산 결정 때 까지 절차 진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다. 개선점

상속재산의 파산 개시신청부터 개시결정(파산선고)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산신청 당시 상속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절차가 진행 중이었지만 개시결정전에 배당절차까지 종료되어 버린 경우에는 그 집행채권자는 그가 배당받은 범위 내에서는 채권의 독점적인 만족을 얻게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개별집행의 금지를 규정한 법 제424조와 이를 구체화한 법 제348조에 반하므로 회생절차와 마찬가지로 파산절차에서도 다른 절차의 중지명령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즉 상속재산파산 개시신청 후 개시결정까지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상속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진행하면 이에 대한 중지 절차가 없어 상속재산파산제도의 가장 큰 장점인 채무의 공평한 분배에 어긋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입법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4. 마치면서

상속포기의 경우, 상속으로 인한 법률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으나, 포기로 인해 다른 친족들이 상속인이 되어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고, 포기 이후 재산적 가치가 높은 상속재산이 발견되었을 때도 상속인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한정승인제도는 상속인의 지위를 가지게 되어 다른 친족들에게 상속인의 지위가 이전되지 않지만 상속재산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속재산파산제도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제도로서 1962년부터 시행되었지만, 2016년 서울 가정법원이 상속재산파산을 개시한 건수는 8건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이용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상속재산파산제도가 상속문제와 파산문제를 아우르는 제도임에도 상속업무는 가정법원에서, 파산 및 청산업무는 회생법원에서 전담해 따로 취급하여 처리하였기 때문이다.

법원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2017. 7.부터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에게 회생법원의 상속재산파산제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상속재산 파산 관련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제도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이제 무소유씨 이야기로 되돌아와 생각해보면, 무소유씨 경우 처음에 외할머니의 재산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법률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정승인을 하였는데, 적극재산인 토지가 발견되었고 이 토지를 00주택조합이 매수한다면 그 대금을 ▲▲은행 및 의 채권자들에게 배당하여 청산하는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무소유씨는 한정승인자로써 외삼촌의 상속인이기 때문에 외삼촌의 재산을 파산시킬 수 있는 신청인의 자격으로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회생법원에 한다면 회생법원에서 이를 인용하고, 파산관재인을 선정해 파산관재인으로 하여금 00주택조합과 토지매각금액을 협의하고 그 대금으로 ▲▲은행 및 외할머니의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배당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무소유씨는 00주택조합의 소송에 임하면서 회생법원에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여 외할머니의 재산을 파산시킨 후 파산관재인으로 하여금 법률문제를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복잡한 상속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5. 이변호사가 제안하는 상속재산파산신청 팁

상속재산파산제도가 상속으로 인한 법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제도임에는 틀림없지만 모든 상속에 활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 사례의 무소유씨처럼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이 혼재되어 있고, 다수의 상속채권자들이 있는 경우 상속재산파산제도가 청산 및 배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제도임에 분명하지만, 소극재산만 있는 경우라던지, 상속채권자들이 소수인 경우등에는 한정승인신청을 통하여도 상속으로 인한 법률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속으로 법률문제가 발생할 경우 냉정하게 어떠한 제도를 통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문제를 정리할 것인지 현명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